지난 주 비트코인 가격은 전고점인 10만4000달러를 돌파, 연이은 상승을 이어가면서 10만8388달러의 신고점을 기록했습니다. 아주 확정적인 호재가 없었음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이런 흐름을 보였던 것은 아마도 기존 트럼프 당선 효과에 연말 산타랠리 기대감이 추가됐기 때문이겠지요. 이더리움도 다시 4000달러선을 넘어서며 전고점 갱신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지난 19일 새벽 열렸던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금리인하 전망을 크게 낮췄습니다. 9월까지만 해도 내년에 4번의 금리인하를 예상했던 것이, 12월에는 2번으로 줄어들었죠.
사실 페드워치 등 미국 정책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이미 내년 2번의 금리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시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매우 긴축적인 방향으로 통화 방향성을 시사한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는 현재 미국 경제가 매우 호조를 보이고 있고, 반면 잘 내려가던 물가 상승률은 다시 고개를 쳐들었으며, 이 부분이 불안하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그리고 금리인하가 급하지 않으니 데이터를 지켜보겠다고 말했죠. 경제가 위험하니 긴급히 50bp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했던 9월과는 180도 바뀐 태도입니다.
일단 지금은 내년 2번 정도의 인하를 전망하지만, 물가가 내려가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금리인하가 없을 수도 있는 셈입니다. 중립금리와 비슷한 개념인 연준의 롱거런(longer run) 금리도 9월 2.9%에서 12월에는 3.0%로 올랐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연준의 점도표가 발표된 직후부터 휘청이기 시작했습니다. 파월의 발표 직후 약 5% 하락하며 10만달러 부근까지 떨어지더니, 20일에는 낙폭을 더욱 확대해 한 때 9만2000달러까지 폭락했습니다. 다행히 20일 밤 미국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가 예상치보다 낮게 나오면서 다시 9만8000달러선까지 반등하기도 했지만요. 그리고는 주말 사이 다시 조정을 시작해 23일 오전 2시 현재는 9만6000달러선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10만달러 위에서 나타났던 하락 조짐 현실로
크립토 시장만 이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연준의 19일 FOMC 기자회견 이후 모든 자산시장이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10년물 국채는 상승했지요. 하지만 하락폭 자체는 크립토 시장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일주일 전 대비 비트코인은 -5.53%, 이더리움은 -13.94%, 솔라나는 -16.95%의 가격 변동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SOL의 경우에는 차트상 데스크로스를 기록할 정도로 흐름이 좋지 않아졌습니다. 반면 나스닥 지수는 지난주 대비 -2.22% 빠지는데 그쳤습니다.
그동안 비트코인 가격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도 순유출이 두드러졌습니다. FOMC 직후인 19일(현지시간)에는 역대 최고 기록인 6억7190만달러의 자금 순유출이 발생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9만2000달러까지 폭락하던 20일에는 블랙록 비트코인 현물 ETF(IBIT)마저 역대 최고 일일 순유출(-7270만달러) 기록을 세웠습니다.
하락에 대한 조짐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우선 10만달러 위 가격대에서 비트코인 고래 순유입이 급감했습니다. 고래투자자들이 생각하기에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뜻입니다. 파생상품 시장의 선물 거래량도 급격히 줄었을 뿐더러, 공개된 파생상품 포지션 자체가 상승 베팅(롱)이 36.52%, 하락 베팅(숏)이 63.48% 수준이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예고된 하락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펀더멘털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닙니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총자산은 지난 18일 금 ETF의 총자산을 넘어섰습니다. 미국 시장에 금 ETF가 출시된 것은 20년 전인 2004년입니다. 그동안 쌓인 운용자산 수준을 비트코인 현물 ETF가 1년만에 따라잡은 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비트코인을 향해 바뀌고 있습니다.
이번 주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미 고용 나빠질까
자.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연준 인사들은 시장 폭락을 감안한 듯, FOMC 회의 직후부터 립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왕비둘기’로 불리는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20일(현지시간) 공개 연설에서 “우리가 내년에 금리인하 전망을 보수적으로 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며 “중요한 건 금리는 아직 제약적인 수준이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립금리 전문가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연준 점도표에 나온 것처럼 중립금리가 3.0%는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그는 “내가 보기에는 지금 적정 실질중립금리는 0.75%”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질중립금리가 0.75%라면 물가상승률 목표 2%를 감안했을 때 명목금리는 2.75%가 됩니다. 이는 이번 FOMC 점도표에 나온 연준 중립금리보다 0.25%p 낮은 수준입니다.
당분긴 이런 말들이 더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그저 말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미국의 고용이 긴급한 금리인하를 요할 정도로 급격히 나빠지느냐, 물가가 목표치인 2%를 향해 다시 하락하느냐 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가장 직관적인 지표는 내년 1월 초에 나오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입니다.
고용과 관련된 지표는 이번주에도 발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26일(목)에 나오는 미국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입니다. 여전히 미국 경제가 실업이 적고 고용이 좋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연준 발 금리 정책에서 비트코인이 상승 추동력을 찾기란 당분간 쉽지 않아보입니다. 그럼 이번주도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투자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