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과 디파이 플랫폼을 통한 자금 이동으로 비트코인 보유량이 급증해 엘살바도르와 부탄을 제치고 주요 비트코인 보유국으로 올라섰다. 이는 거래소 보안 강화의 필요성과 함께 해킹 자금의 세탁 통로로 이용되는 일부 디파이 프로토콜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컴 인텔리전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북한의 해킹 조직 '라자루스 그룹'은 현재 13,518 BTC(약 11억 3천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채택한 엘살바도르(6,118 BTC)와 대규모 채굴을 진행하는 부탄(10,635 BTC)의 보유량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북한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2024년 2월 21일 발생한 바이비트 해킹에서 크게 늘었다. 이 사건은 암호화폐 거래소 역사상 최대 규모인 14억 달러의 피해를 입혔다. 라자루스 그룹은 해킹 이후 훔친 이더리움의 대부분을 '쏘르체인(THORChain)'을 통해 비트코인으로 전환했다.
바이비트 해킹 이후 라자루스 그룹은 THORChain을 통해 탈취한 이더리움을 불과 10일 만에 비트코인으로 전환했다. 바이비트 CEO 벤 조우에 따르면, 훔친 자금의 72%(361,255 ETH)가 THORChain을 통해 이동했으며, 이는 다른 디파이 서비스를 통한 거래량을 크게 앞선다.
해커들은 유니스왑과 OKX DEX 등 다른 디파이 플랫폼도 이용했지만, THORChain을 통해 이동한 자금의 규모가 압도적이었다. THORChain은 이 거래를 통해 최소 500만 달러의 수수료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탈 인텔리전스의 페데리코 파에사노는 "지금까지는 자금 은닉이 아닌 단순 전환에 그쳤다. 훔친 ETH는 추적 가능한 방식으로 BTC로 전환됐을 뿐"이라며 이를 완전한 자금 세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THORChain은 분산형 스왑 프로토콜로, 믹서와 달리 자금 흐름이 추적 가능하다. 그러나 대규모 해킹 자금이 신속하게 이동하는 통로로 사용된 점은 거래소 보안과 디파이 프로토콜의 역할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은 바이비트 해킹 이전에도 일본 DMM 비트코인에서 3억 8백만 달러, 로닌 네트워크에서 6억 1,500만 달러를 탈취하는 등 지속적인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 왔다. 비트코인 외에도 라자루스는 이더리움, BNB, DAI, BUSD 등 약 3천만 달러 가치의 다양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자금의 약 절반을 이러한 사이버 공격과 암호화폐 탈취로 조달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사이버 범죄는 계속되고 있다.
SynFutures의 CEO 레이첼 린은 "진정한 탈중앙화 플랫폼의 강점은 중립성과 검열 저항성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개입은 탈중앙화의 정신에 위배되지만, 프로토콜 수준의 혁신으로 불법 활동에 대한 안전장치를 자동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거래소 보안 취약점은 해커들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되고 있으며, 바이비트 해킹은 그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디파이 프로토콜은 이러한 해킹 자금의 이동 경로로 주목받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거래소의 보안 강화가 우선되어야 하며, 디파이 프로토콜이 범죄 자금의 경로가 되지 않도록 기술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탈중앙화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책임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각각 198,109 BTC, 61,245 BTC를 보유하며 여전히 비트코인 보유국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범죄 및 민사 소송에서 압수한 암호화폐 자산으로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량을 구축할 계획이다.
북한의 비트코인 보유량 증가는 해킹을 통한 국가 차원의 암호화폐 축적이 새로운 국제 안보 이슈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거래소 보안 강화와 함께, 디파이 생태계가 혁신을 유지하면서도 불법 자금 이동의 통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