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태조이방원(太造二方原)'이라는 말을 기억하시는가? 태양열, 조선, 이차전지, 방산, 원전을 아우르는 유망 산업군의 줄임말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때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태양열과 이차전지는 모멘텀을 잃고 투자 매력이 시들해졌다.
이제는 새로운 시대다. '비조방원(比造防原)'이라고 불러야 할 때가 왔다. 비트코인, 조선, 방산, 원전으로 구성된 이 새로운 투자 테마는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반영하는 현실적 투자 전략이다.
월스트리트가 증명한 비트코인의 가치
미국에서 비트코인 ETF가 출시된 이후,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더 주목할 점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게임스탑 같은 나스닥 상장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핵심 재무전략의 일환으로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닌,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보유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게임스탑은 올해 3월 비트코인을 재무자산으로 승인한 후 4,710개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또한 22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추가 비트코인 매입 여력을 확보했다. 이는 더 이상 비트코인이 '투기적 자산'이 아닌, 기업 경영진들이 신중히 검토한 끝에 선택한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 놀라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다. 트럼프 미디어 테크놀로지 그룹(TMTG)은 SEC로부터 비트코인 재무전략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50개 기관투자자로부터 조달한 23억 달러 자금으로 언제든지 비트코인을 매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 파격적인 것은 SEC의 변화다. 트럼프 정부 하에서 SEC는 암호화폐 업계 베테랑 제이미 셀웨이를 거래시장 부문 디렉터로 임명했다. 셀웨이는 블록체인닷컴과 코인베이스 산하 스큐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크립토 네이티브' 인물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글로벌 기업들의 스테이블코인 전략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월마트와 아마존이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달러에 고정된 디지털 화폐를 통해 결제 수수료를 줄이고 거래 속도를 높이려 한다. 특히 국경 간 결제에서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서클(Circle)의 USDC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올해 주식 공개 후 주가가 25% 급등하며 133달러에 마감했다. 샵파이는 베이스 체인에서 USDC 결제를 도입했고, 리플X는 XRP 원장에 USDC를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브라질 핀테크 마테라도 전통 은행 간 "다중 통화" 운영을 위해 스테이블코인 사용을 시작했다.
경제 무대에는 국경이 없다.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이 디지털 자산을 통해 새로운 경쟁 우위를 구축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관망하고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신호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월마트와 아마존의 스테이블코인 전략이다. 이들은 단순히 비트코인을 사는 것을 넘어,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결제 시스템의 혁신, 국경 간 거래의 효율화, 금융 중개 비용의 절감 등 다양한 이점을 추구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과 시급한 과제
이제 대한민국 정부도 움직여야 한다. 미국 SEC가 디지털 자산 친화적 정책으로 전환한 것처럼, 우리 정부도 관련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제공해야 한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재무자산으로 보유하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IT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태조이방원에서 비조방원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유행어의 변화가 아니다. 이는 디지털 경제 시대의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을 상징한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자산은 이제 투기가 아닌 필수 전략이 되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미국 기업들이 이미 달리기 시작한 디지털 자산 레이스에서 한국 기업들이 뒤처져서는 안 된다. 정부는 규제를 풀고, 기업들은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비조방원 시대의 승자가 되느냐 패자가 되느냐, 그 선택은 지금 우리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