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출시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역사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는 지난해 1월 출시된 현물 비트코인 ETF로, 투자자들이 실제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증권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해주는 금융상품이다.
IBIT는 출시 341일 만에 700억 달러(약 98조원)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며 ETF 업계 32년 역사상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주에만 11억 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하며 다시 한번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포트폴리오 공시 의무가 있는 투자자문사들이 전체 현물 비트코인 ETF 시장에서 약 20%인 210억 달러(약 29조 4천억원)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헤지펀드나 증권사보다 훨씬 높은 비중으로, 약 1,200개 기관이 IBIT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ETF 선임 애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는 "투자자문사들이 이렇게 빠르게 암호화폐 ETF를 채택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이 비율이 내년에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보통 이런 기관들이 새로운 ETF에 관심을 갖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이들은 더 큰 규모의 투자자들로 유동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는 블랙록 외에도 피델리티, 그레이스케일 등 총 11개의 현물 비트코인 ETF가 상장되어 있지만, 블랙록의 IBIT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 금융 전문가 협의회 창립자인 릭 에델만은 이를 브랜드 파워로 설명한다. "기관투자자들이 새로운 자산 클래스에 처음 투자할 때는 가장 잘 알려진 브랜드를 선택해 우려를 완화한다. 그것이 바로 11조 6천억 달러를 운용하는 블랙록"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디지털자산 친화적 정책도 성장을 뒷받침했다. 비트코인은 최근 10만 5천 달러 근처에서 거래되며 연초 대비 12% 상승률을 기록했다. 디지털자산 전문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 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문사 5명 중 1명이 올해 고객 계좌에 디지털자산을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한국 상황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삼성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 같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향후 비트코인 ETF 시장에 진출한다면 블랙록과 유사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제도권 증권사는 오랜 기간 쌓아온 브랜드 신뢰도와 풍부한 투자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디지털자산 투자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업비트, 빗썸 등 국내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량이 수조원에 달할 정도로 디지털자산 투자가 활발한 국가다. 이런 상황에서 제도권 증권사가 제공하는 비트코인 ETF는 기존 거래소를 통한 직접 투자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비트코인 ETF의 지속적인 성장세와 제도권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디지털 자산이 더 이상 투기적 투자 대상이 아닌 제도권 자산의 한축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비트코인 ETF 성공 사례가 국내 증권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