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에 갑자기 악풍이 불어왔다. 7월 16일, 스팀은 성인 콘텐츠가 포함된 약 500개의 게임을 조용히 한 번에 철수시켰고, 설명조차 생략했다. 겉으로는 '에로 게임' 작품들이 적발되어 쓰레기통에 버려진 것 같지만, 실제로 방아쇠를 당긴 것은 밸브가 아니라 밸브의 생명줄인 결제 시스템 비자와 마스터카드였다.
발단은 여성 인권 단체
호주 여성 인권 단체 콜렉티브 샤우트는 스팀의 철수 조치를 촉발한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추적해보면, 2025년 3월, 한 플레이어가 해당 단체에 성인 게임 '노 머시'의 부적절한 내용을 신고했다. 의붓어머니와의 근친상간, 성적 협박, 성폭력 등 과격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게임즈 인 게임즈 여성 단체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 게임의 내용은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4월 7일, 콜렉티브 샤우트는 지지자들을 동원해 스팀에 3,463통의 항의 이메일을 보냈고, 7만 명이 서명에 참여했지만, 플랫폼은 '접수했다'는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다. 압박이 효과 없음을 깨닫자, 해당 단체는 5월 25일 플랫폼에서 결제 관문으로 초점을 옮겼고, 직접 비자와 마스터카드에 압력을 가했다. 그 결과는 빠르게 나타났고, 두 달 후 스팀의 500개 작품이 뿌리째 뽑혔다.
플랫폼은 말만 들어야 해
이번 게임 대량 철수의 메커니즘은 스팀의 새로운 '규칙 15'에 숨어 있다. 더 게이머의 보도에 따르면, 제15조 조항에는 결제 처리 업체가 내용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합법적이고 스팀의 기준에 부합하더라도 철수시킬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간단히 말해,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결제를 원치 않으면 게임은 살아남을 수 없다. 플랫폼 입장에서 이 두 카드사를 잃는 것은 현금 흐름을 차단하는 것과 같아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창작의 자유는 천대받나?
한 번에 500개 작품이 사형 선고를 받으면서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은 것은 독립 개발자들이다. 과거에는 법을 어기지 않는 한 아무리 소수의 주제라도 스팀에서 플레이어와 지지자를 찾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국제 게임 개발자 협회(IGDA)는 이미 공개적으로 경고했으며, 철수 기준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다'고 의문을 제기하며, 이것이 슬리퍼리 슬로프 효과로 변질될 것을 우려했다. 오늘은 성인 콘텐츠, 내일은 정치, 종교, 성 소수자 문제까지 카드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스팀 입장에서 이는 가장 현실적인 산술 문제다. 한쪽에는 수백만 사용자가 기대하는 콘텐츠의 다양성, 다른 한쪽에는 수익의 관문을 쥐고 있는 두 지불 거대 기업. 양쪽을 만족시키려 했지만 결국 '먼저 목숨을 보존하고 나서 이상을 논한다'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기업 윤리 문제라기보다는 자금 흐름이 끊기면 생존이 위협받는 압박이다.
지불 업체가 '내용 심사'?
이 사건은 워싱턴의 관심도 끌었다. 미국 상원의원 케빈 크레이머는 이미 법안을 제출했으며, 합법적인 상인에 대한 금융 기관의 '서비스 거부권'을 제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유사한 사건의 무한한 확산을 막으려는 것이다. 다른 의견들은 탈중앙화 금융(DeFi) 또는 블록체인 결제가 콘텐츠 제작자의 피난처가 될 수 있는지, 금융 흐름이 소수 과두 세력에 의해 목이 조이지 않도록 할 수 있는지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상은 이상일 뿐, 현 단계에서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관리하는 것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신뢰받는 지불 기반 시설이다. 이들은 '카드 결제를 하지 않으면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디지털 세계의 새로운 문지기가 되었다.
이번에는 게임이었지만, 다음에는 스트리밍 플랫폼, 심지어 소셜 미디어 플랫폼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페이스북에 이렇게 많은 사기성 광고가 있는데, 왜 아무도 비자와 마스터카드에 항의하지 않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