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금 유통 시장의 중심축이 빠르게 한곳으로 쏠리고 있다. 유통 3위 사업자인 한국표준금거래소가 10월 14일 오후 3시부터 모든 금 제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면서,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거래 수요가 자연스럽게 한국금거래소와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일시적 판매 중단이 아니라, 실물 금 유통망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원자재 수급 차질과 주문 폭증이 겹치며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춘 한국금거래소로 몰렸다.
국내 금 유통의 약 60%를 점유하는 한국금거래소는 자체 정제·수입 인프라와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춘 ‘수직계열형 금기업’이다. 공급망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즉시 대체 조달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사업자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며칠 새 실물 구매 수요가 폭증하며 매장 내 혼잡이 극심해졌다.
한국금거래소 관계자는 “요즘은 ‘오늘이 제일 싸다’며 미리 사두려는 손님이 하루 종일 몰린다”며 “보유하던 물량은 이미 동났고 골드바는 주문해도 3주 뒤, 실버바는 4개월 뒤에나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추석 전부터 주문이 밀리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매일 최고가를 경신하다 보니 투자 문의가 폭주한다”며 “매장 내에서도 응대가 어려울 정도로 전화 주문이 쏟아진다”고 전했다.
이 같은 수요 쏠림은 KRX 금시장에서도 뚜렷하다. 9월 한 달간 KRX 금시장 거래대금은 3조 8천억 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10월 들어서는 단 5거래일 만에 1조 6천억 원이 거래됐다. 금값은 1g당 22만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KRX 금시장은 개인과 기관이 주식처럼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제도권 시장으로, ‘자기매매회원’이라 불리는 지정 사업자들이 금을 매입하고 매도한다. 현재 92개 회원사가 등록되어 있으며, 이 중 24개사가 금지금공급사업자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금거래소, 삼성금거래소, 대성금속, 풍산화동양행, 신한메탈 등이 대표적인 자기매매회원이다.
특히 한국금거래소는 KRX 금시장에서 거래와 실물 인출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며, 금 시장 내 유통·매매·보관 전 과정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한국표준금거래소의 판매 중단으로 자기매매 거래의 상당 부분이 한국금거래소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금거래소가 KRX 자기매매시장의 중심으로 확고히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본다. 실물 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거래 안정성을 확보한 유통사는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KRX 금시장 내 거래 집중도가 높아지고, 실물 중심의 시장이 제도권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값 급등, 글로벌 공급난, 국내 유통망 불안이 겹친 지금, KRX 금시장은 새로운 ‘피난처’로 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실물과 거래 인프라를 동시에 장악한 한국금거래소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