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좀 어리석고 구식이라고 생각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는 은행을 믿지 않으며, 자신의 돈 운용 내역을 은행이 알게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선언했습니다. 당시 저는 "편집증적인 늙은이 같으니!"라며 코웃음을 쳤죠. 하지만 결국 그에게 사과해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의 집을 둘러보던 중, 그는 옅은 흰색 벽과 그 앞에 놓인 불편해 보이는 소파를 가리켰다. 이 유난히 못생긴 가구는 십 년 넘게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벽에는 작은 네모난 문이 있었는데, 그 문을 밀고 들어가면 좁은 공간이 나타났다. 안에는 1970년대 포장재, 갉아먹은 흔적이 있는 보드게임, 그리고 중요하지 않은 서류들이 마치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다람쥐가 숨겨둔 것처럼 널려 있었다.
할아버지는 손전등으로 갈색 padded envelope(푹신한 봉투)를 비추셨는데, 그 봉투는 내가 정말로 석면이 노출되어 있지 않기를 바랐던 곳 근처에 숨겨져 있었다. 나는 봉투를 꺼내 할아버지께 드렸다. 할아버지는 이 기회를 틈타 숏 말씀을 하셨다. 내가 석사 과정을 밟는 것을 자랑스러워하셨고, 그것이 재정적인 부담이 된다는 것을 알고 계셨기에 도와주고 싶어 하셨다. 봉투 안에는 곰팡이 냄새가 나는 뭉치의 현금이 낡은 고무줄로 묶여 있었다.
그의 연설은 의미심장했지만, 그 뒤에 이어진 말은 1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 지혜였습니다. 벽 속에 현금을 숨긴 이유를 묻자, 그는 저축한 돈 대부분이 집 안 곳곳에 숨겨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책 속에, 옷장 속에, 매트리스 밑에 말이죠. 심지어 그는 농담 삼아 자기가 죽으면 집을 팔기 전에 내가 집을 싹 다 부숴버려야 할 거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음, 그는 죽었고, 우리는 모든 균열과 틈새를 샅샅이 뒤져 그의 저축 대부분을 찾아냈습니다. 현금 중 일부는 너무 오래되어 은행에서 현대 화폐로 교환해 주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인플레이션 때문에 이미 구매력이 거의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이 두 가지 명목 화폐 사기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할아버지는 전시 런던에서 가난하게 자라셨고, 그 때문에 돈에 대한 철저한 신중함이 그의 DNA에 깊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돈이 귀했으니까요. 하지만 그의 철학은 옳았고, 지금까지도 제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 조부모님 세대 사람들은 사생활 보호에 굉장히 신경을 썼어요. 그때는 사생활이 기본적인 인권이었거든요. 참 고풍스럽죠.
1950년, 해리 윌콕이라는 운전자가 런던에서 경찰의 검문을 받았는데, 경찰관은 그의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습니다. 이는 제2차 세계 대전 발발과 함께 도입된 불행한 요구 사항이었습니다.
해리는 신분증 제시를 거부했고 체포되었다. 이후 법정 공방을 담당했던 대법원장에 따르면, 신분증이 원래 목적을 넘어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래서 신분증은 폐지되었다.
1950년대에는 사생활 보호가 대부분에게 기본 가치였고, 감시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의심이 팽배했습니다. 실제로 감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았음에도 말이죠. 불과 70년 전만 해도 감시는 드물었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으며, 보통 트렌치코트를 입은 누군가가 직접 사람을 따라다니는 형태였습니다.
대화, 현금 결제, 대중교통 이용 등 그 어떤 기록도 영구적으로 남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만들어진 기록이라도 대부분 종이에 기록되었고, 더 중요한 것은 문서들이 서로 분리되어 보관되었다는 점입니다. 기록들을 쉽게 상호 참조할 수 없었죠. 변호사들이 말하는 "실질적인 은폐" 상태였습니다.
오늘날 감시가 새로운 기본 원칙이 되면서 우리의 데이터는 대량으로 수집, 판매 및 상호 참조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현대 사회를 혐오하셨을 겁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자신도 모르게 사이퍼펑크였는데, 그런 가치관들이 점점 더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정보보호, 자기주권, 탈중앙화: 너무 늦기 전에
최근 부상한 사생활 보호에 대한 논의는 여러 가지 원인에서 비롯될 수 있겠지만, 이는 절박하고 불가피한 마지막 저항처럼 느껴진다.
어쩐지 사회는 너무나 억압적이어서 사생활 보호에 도움이 되는 도구들이 악마화되고 있습니다. 비탈릭 부테린은 한 모임 에서 기부금을 냈는데, 일부 사람들은 그의 행동이 수상쩍다고 암시하는 듯한 눈초리로 비난했습니다. 이에 부테린은 간결하면서도 명언 같은 말로 응수했습니다. "사생활은 당연한 것입니다."
사생활 보호에 대한 욕구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지만, 비트코인 정책 영국 지부의 CEO인 수지 바이올렛 워드는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당신 집에도 커튼이 있잖아요?"
에릭 휴즈는 "사이퍼펑크 선언문"에서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1993년에 그는 "전자 시대의 개방 사회를 위해서는 사생활 보호가 필수적이다. 사생활 보호는 비밀이 아니다. 사적인 것은 온 세상이 알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고, 비밀스러운 것은 아무도 알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 사생활 보호란 세상에 자신을 선택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힘이다."라고 말했다.
개인의 주권은 사생활 침해와 함께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신원, 데이터, 심지어 재산에 대한 통제권은 해마다 꾸준히 박탈당해 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상호 작용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중앙 기관에 마치 "신분증을 제시해 주세요"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신분증을 제시해야 합니다.
데이터와 관련해서는 광범위한 법적 공방 끝에 "잊힐 권리"라는 미미한 통제권을 확보했지만, 이마저도 각 개인이 데이터 홀더 에게 직접 삭제를 요청해야 하는 불편함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재산권에 있어서도 자동차부터 휴대전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조업체들이 정원의 담장을 높이면서 "수리할 권리"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양심 없는 자들의 관심사가 아니며, 우리는 속삭일 필요도 없습니다. 사생활은 이는 우리 삶의 여러 측면에 대한 자율적인 통제권과 공정하고 실질적으로 분산된 경쟁의 장에서 경쟁할 권리와 마찬가지로 당연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코인텔레그래프는 이러한 기본 인권의 침식에 대해 진정한 전문가, 선구자, 그리고 자유롭고 사적인 미래를 위한 도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시민의 자유를 믿는 디지털 시대의 반체제 인사들을 위한 것입니다.
사이버펑크의 가치관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