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첨단 무기 수출의 결제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전면에 내세웠다. 국제 제재로 막힌 달러·국제결제망을 우회하기 위해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암호화폐가 민간 결제를 넘어 국가 간 군사 거래로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은 외국 정부를 상대로 탄도 미사일, 드론, 군함 등 첨단 무기 시스템을 판매하면서 결제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허용하겠다고 제안했다. 물물교환이나 이란 리알 결제도 가능하다는 조건을 함께 제시했다.
이번 제안은 서방의 금융 제재와 감시를 피해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국제은행 간 결제망(SWIFT)과 달러 결제를 쓰지 않고도 대금을 정산할 수 있는 암호화폐의 특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FT는 국가가 전략 무기 거래에서 암호화폐 결제를 공개적으로 제안한 드문 사례라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암호화폐의 ‘지정학적 도구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일부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들이 제재 회피 수단으로 디지털 자산을 활용해 왔지만, 정규 무기 수출 채널에서 공식 결제 옵션으로 제시한 것은 파급력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특히 드론과 미사일처럼 분쟁 지역에서 수요가 높은 무기 체계와 결합될 경우 국제 안보 환경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규제 당국의 대응도 불가피해졌다. 국가 차원의 군사 거래에 암호화폐가 활용될 경우, 기존의 자금세탁방지(AML)와 제재 이행 체계가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주요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블록체인 추적 기술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안보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번 사안은 암호화폐가 단순한 투자 자산을 넘어 국제 질서와 안보 구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자산의 확산이 금융 혁신을 넘어 지정학적 변수로 작동하는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