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가 자국 경제를 ‘구조적 침체’로 규정하며 통화 가치 훼손을 강하게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 비트코인(BTC)을 언급하면서다. 전통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마다 반복돼 온 ‘비트코인 대안론’이 다시 시장 전면에 떠오르는 흐름이다.
트러스는 영국 경제의 핵심 문제로 낮은 성장률과 높은 세금, 과도한 규제, 에너지 비용 부담을 지목했다. 특히 이러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파운드화의 실질 가치가 지속적으로 약화됐고,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압박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통화 공급 확대와 정책 실패가 누적되면서 화폐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이어진다. 공급량이 제한된 구조와 중앙 통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특성 때문에, 비트코인이 통화 가치 하락에 대응하는 대안 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러스의 발언은 단순한 친(親)암호화폐 메시지를 넘어, 기존 통화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맥락으로 읽힌다.
시장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글로벌 거시 환경이 불안해질수록 비트코인은 기술주와 같은 위험자산이 아니라 ‘디지털 금’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강해진다. 특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거나 국가 재정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때, 비트코인은 금과 유사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재평가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이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수준까지 확장되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격 변동성이 크고, 규제 환경도 국가마다 상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화 가치 하락과 정책 리스크가 반복될수록 비트코인이 ‘보험 자산’으로 호출되는 흐름은 더욱 잦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발언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정치권에서조차 통화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자산 시장의 이슈를 넘어, 국가 경제 구조와 통화 체계 전반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비트코인의 위상은 시장 상황에 따라 두 얼굴을 드러낸다.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고위험 자산으로, 통화 신뢰가 흔들릴 때는 대안적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작동한다. 트러스의 발언은 이러한 전환 국면이 다시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