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예치하면 이자처럼 수익"…5.6조 몰렸다[블록체인 NOW]



미국 대선 이후 비트코인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비트코인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시장에도 이목이 쏠린다. 비트코인을 예치해두면 이자처럼 수익을 지급받는 스테이킹이 대표적인 비트코인 디파이 서비스다. 이전까지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의 역할이었지만 비트코인 스테이킹이라는 ‘파생 서비스’로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예치된 총자산(TVL)은 14일 40억 달러(약 5조 6240억 원)를 돌파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 TVL은 스테이킹과 결제, 대출 등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하는 각종 디파이 서비스에 활용되고 있는 비트코인의 총합이다. 올 초 3억 달러(약 4222억 원)에 그쳤던 네트워크 규모가 1년도 채 되지 않아 10배 넘게 불어난 배경으로는 비트코인 스테이킹이 꼽힌다. 스테이킹은 은행에 현금을 맡기고 이자를 받듯 비트코인을 예치하고 수익을 돌려받는 서비스다. 투자자들이 맡긴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의 검증 작업에 활용돼 보안성 강화에 기여한다. 이에 대한 보상이 스테이킹 수익이다. 이더리움·솔라나 역시 이러한 스테이킹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최소 스테이킹 액수인 32이더리움을 예치하면 3.6%(13일 기준)의 연이율을 지급받는 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트코인 스테이킹은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이더리움·솔라나 등 여타 블록체인과 달리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이 없어 디파이 서비스 구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스마트컨트랙트는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코드를 따라 자동으로 실행되는 블록체인 기반 계약이다. 은행·증권사 같은 중개인이 없는 디파이 서비스에 필수적인 기능이다. 디파이는 모든 거래 내역이 그대로 기록되고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에 바탕을 둔 덕에 중개자 없이도 가상자산 예치·대출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이다.

비트코인은 작업증명(PoW) 방식으로 네트워크가 구동돼 스테이킹이 힘들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스테이킹 수량에 따라 블록 생성 권한을 얻는 지분증명(PoS) 방식과 달리 PoW 방식은 컴퓨팅 파워를 투입한 연산(채굴)을 통해 블록을 생성한다. 비트코인은 태생적으로 스테이킹을 지원하지 않는 자산인 셈이다. 반면 이더리움은 2년 전 업그레이드를 통해 PoS로 블록 생성 방식을 전환, 스테이킹 기능을 도입했다.

이처럼 비트코인은 가상자산의 대표 주자면서도 활용성이 낮았으나 비트코인 스테이킹 프로토콜인 바빌론이 출범하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2022년 미국 스탠포드대의 데이비드 체 교수와 피셔 유 박사가 설립한 바빌론은 PoS 체인들이 각자의 가상자산뿐만 아니라 비트코인도 스테이킹에 활용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설계했다. 이후 바빌론은 8월·10월 두 차례에 걸쳐 스테이킹을 받아 비트코인 2만 3857개(3조 원 상당)를 끌어모았다. 아직 구체적인 이자율이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비트코인 스테이킹의 잠재력을 본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세 번째 스테이킹 자금 유치는 다음 달 초로 예정돼 있다. 장경필 쟁글 리서치 센터장은 “비트코인 시가총액 대비 타 PoS 체인 생태계의 규모가 작아 이자율이 높지 않을 수 있고 안정성 검증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 등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아직 풀 문제가 있다”면서도 “규제 완화와 기술 발전으로 전통 금융사들이 스테이킹 등 디파이를 이용하게 된다면 비트코인 수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바빌론 외에도 오디널스, 룬, 라이트닝 생태계 등 비트코인 위에서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되면서 생태계가 확장 중이며 비트코인 강세로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가치와 일대일로 연동되는 가상자산 sBTC 역시 비트코인의 활용도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sBTC는 미국 블록체인 기업인 스택스가 비트코인 가치와 일대일로 연동되도록 고안한 가상자산으로 다음 달 초 발행을 앞두고 있다. 비트코인 간 변환 과정에서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아 각종 디파이 서비스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일 엘리콧 스택스 아시아 재단 대표는 “비트코인은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2년간 초기 단계에 머물렀지만 이제 대출, 대여, 수익 창출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단순한 가치 저장을 넘어 상호작용이 가능한 자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파이의 성장은 전체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비트코인의 활용성을 높여 더 많은 자본과 사용자 참여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우·도예리 기자
wo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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