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비트코인 가격은 10만4000달러를 돌파하며 새로운 고점을 형성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1만3000달러 상당을 떨구며 9만달러 초반대까지 조정을 받았죠. 이후 주말까지 다시 반등해 10만달러 부근에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라는 상징점을 넘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개의 호재가 연달아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5일 미국 암호화폐 규제 핵심인 증권거래위원장(SEC)에 친 암호화폐 성향 인사인 폴 앳킨스를 지명했습니다.
앳킨스는 과거 SEC의 리플(XRP) 증권법 소송을 비판한 적이 있는 인물입니다. 크립토 업계를 줄기차게 괴롭히던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가고, 새롭게 업계 친화적인 인사가 들어오는 셈입니다.
또 하나의 호재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의 뜻밖의 발언이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일 한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달러의 경쟁자가 아니라 금의 경쟁자”라며 “디지털 금 같은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미 재무부는 최근 발간한 2024년 4분기 국체발행 계획 보고서에서 공식적으로 ‘비트코인=디지털 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암호화폐 거래를 강하게 규제하던 러시아 역시 비트코인 규제를 풀 태세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4일 “비트코인은 멈출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6일에는 트럼프 정부의 ‘크립토 짜르’로 일컬어지는 백악관 AI·크립토 특별 자문 보좌관에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COO가 임명됐습니다. 색스는 핀테크 기업인 페이팔 창립 멤버로 멀티코인 캐피탈 등을 통해 크립토 분야 투자에도 상당한 경력이 있는 인물입니다.
비트코인 10만달러 넘으면서 커지는 매도 압력들
비트코인 10만달러 돌파라는 상징적인 사건은 이런 굵직한 호재들이 겹쳤기에 가능했습니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이끄는 블랙록 비트코인 현물 ETF(IBIT)는 누적 50만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확보해 화제가 됐습니다. 이는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보다 더 많은 보유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왕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를 돌파한 김에 11만달러까지 추가 상승을 노려볼 수도 있을까요?
투자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합니다. 우선 온체인 지표 상으로는 상승 보다는 하락을 점칠 수 있는 지표들이 많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비트코인 NUPL(순 미실현이익/손실) 지표입니다. 글래스노드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NUPL은 0.59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매우 많은 투자자들이 현재 이익을 보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지 이익 실현에 나설 수 있는 시장 분위기를 반영합니다.
명확한 매도 의사를 가진 주체들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일 9억6000만달러치 비트코인을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로 옮겼습니다. 이 물량은 코인베이스를 통해 언제든 현금화될 수 있는 상태입니다.
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도 지난 5일 채권자들에게 나눠줘야 하는 비트코인 잔여 물량 중 약 2만4000여 개(24억3000만달러치)를 새로운 지갑으로 옮겼습니다. 마운트곡스의 이전이 채권자 상환인지 내부 지갑 재배치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전자일 경우에는 이 역시 시장에 매도 물량 부담으로 작용 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상승에 비해 이더리움 상승은 조금 더 낙관적인 상황입니다. 이더리움 가격은 최근 1달 동안 약 44% 급등하며 3년만에 최고 가격을 기록했습니다. 지난주 미국 이더리움 ETF에는 하루 4억28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비트코인 투자 결정할까?
암호화폐 관련해 ‘트럼프 트레이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트럼프 시대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인사들의 등용 소식, 다른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정책 진흥과 관련한 기대감입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약 40% 가까이 상승했고, 정책 관련한 부분들은 상당부분 이미 가격에 반영된 모습입니다. 인사 관련한 부분들도 ‘크립토 짜르’와 SEC 위원장 인선은 이미 공개됐습니다. 이제 남은 건 CFTC 의장이 누가 될 것인가 하는 부분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연말까지 암호화폐 호재는 대부분 소진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국 상장기업들이 암호화폐를 투자 자산으로 인식할 것인가 여부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오는 10일(화) 열리는 마이크로소프트 주주총회입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비트코인 투자 여부를 투표로 결정하게 됩니다.
다른 기업들도 이와 관련된 일정들이 잡힐 수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국립공공정책연구센터는 최근 아마존에 비트코인 투자 채택 고려를 요청하는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예측되는 인플레이션율이 4.95%에 달하는 만큼 비트코인을 매입해 현금 가치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주의 주요 매크로 지표로는 11일(수) 밤에 발표되는 미국 11월 CPI와 12월 발표되는 미국 11월 PPI(생산자물가지수)를 눈여겨볼만 합니다. 그림 이번주도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투자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