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이 이번 주 미국 달러 기반 자체 스테이블코인 RLUSD를 출시하며 가상자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RLUSD가 거래소에 상장된 지난 17일 한때 XRP 가격은 16% 급등하며 약 7년 만에 3달러 선에 근접했다. 그러나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며 XRP 가격은 다시 2달러대 초반으로 후퇴한 상태다. 20일 오후 4시 6분 코인마켓캡 기준 XRP는 전일 대비 2.22% 떨어진 2.31달러다.
RLUSD는 올해 4월 리플이 출시 계획을 처음 발표한 이후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스테이블코인은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서비스에서 주요 거래 수단으로 사용돼 블록체인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당시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XRP레저(XRPL)의 사용 사례와 유동성을 향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플 커뮤니티에도 의미가 크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출시 계획 발표 8개월 만에 미국 뉴욕 금융서비스국(NYDFS) 승인을 받은 RLUDS는 우선 업홀드와 비트소, 문페이 등 5개 거래 플랫폼에 상장됐다. 리플에 따르면 향후 몇 주 안에 불리시와 비트스탬프 등 플랫폼에 추가 상장될 예정이다. 다만 20일 코인마켓캡 기준 RLUSD 24시간 거래량은 아직 68만 달러(약 9억 원) 수준이다. 최대 규모의 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의 거래량 2294억 달러(약 332조 6758억 원) 비해 매우 작은 규모다.
다만 내년 미국에 들어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진흥 정책에 힘입어 RLUSD 시장이 더욱 확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를 반대한다. 대신 달러 패권 유지를 위한 대안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밀고 있다. 주요 스테이블코인 준비 자산 대부분이 미 국채로 이뤄져 있어 스테이블코인 확대가 미 국채 매입을 촉진하고 달러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이 주도하는 디파이 프로토콜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을 통해 자체 스테이블 코인 발행도 추진하고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관련 대내적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며 그동안 미국 내에서 못했던 가상자산 관련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리플이 현재 상황을 가장 명확히 반영하는 사례"라며 “XRPL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XRP를 수수료로 활용하며 XRPL 체인 자체가 제도화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XRP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XRP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 수석 ETF 애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는 자신의 엑스 계정을 통해 내년 XRP와 솔라나(SOL) 현물 ETF 출시를 점쳤다. 현재까지 21셰어즈, 카라니아 캐피털, 위즈덤트리 등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XRP 현물 ETF 상품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XRP 관련 호재가 이어지면서 XRP 투자 비중이 높은 국내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XRP로 쏠리며 거래소의 XRP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급증했다. 20일 오후 4시 42분 기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선 하루 동안에만 2조 원이 넘는 XRP 거래대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비트에 상장된 전체 가상자산 가운데 최대 규모로,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의 거래대금도 제쳤다. 디스프레드 리서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RLUSD 출시 기대감이 높아지던 지난 11월 29일부터 5일까지 국내 5대 거래소의 XRP 총 거래대금은 약 44조 4757억 원이다. 동기간 XRP 다음으로 높은 거래대금을 올린 도지코인(DOGE)의 거래대금 약 11조 4776억 원을 4배 앞지르는 압도적인 규모다.
다만 국내 시장이 XRP 가격 상승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XRP에 대한 분 단위 가격 프리미엄이 코인베이스에서 의미있게 발생했다는 온체인 지표가 있다”며 "12월 초 XRP의 상승세는 코인베이스 주도로 발생했다”고 짚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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