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최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SBI홀딩스가 미국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에 5천만 달러(약 690억 원)를 투자했다. 이번 투자는 서클의 뉴욕증시 상장에 맞춘 전략적 행보로,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아시아 시장 진출 기반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6일(현지시간) 크립토폴리탄과 닛케이 아시아 등에 따르면, SBI는 서클이 발행한 클래스 A 보통주 3,400만 주 중 약 5%를 인수해 전체 지분의 0.7%를 확보했다. 서클 주가는 지난 5일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첫날부터 급등세를 보이며 이틀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SBI는 이번 투자를 통해 자회사 'SBI VC 트레이드'에서 USDC 기반 전자결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디지털 달러 활용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해당 자회사는 지난 3월 일본 금융당국으로부터 전자결제수단 거래소로 등록돼, 현재 일본 내에서 유일하게 스테이블코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로 평가받는다.
SBI는 이미 서클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일본 내 USDC 유통 확대를 위해 협력을 강화해 왔다. 이번 투자는 이러한 관계를 한층 공고히 하고, 향후 아시아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교두보로 기능할 전망이다.
다만 현재 일본은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이체 한도를 거래당 100만 엔(약 69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어 대규모 활용에 제약이 있다. 이에 SBI는 당국에 관련 규제 완화를 촉구하며, 법적 한계 개선을 병행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SBI의 이번 행보가 일본의 보수적인 가상자산 정책에 변화를 유도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통 금융기관이 디지털 자산에 본격 투자에 나서며, 정부 정책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