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선점 경쟁' 치열...은행들 상표권 출원 러시

AI 생성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 'KBKRW', 'KRWKB' 등 원화와 자사 브랜드를 조합한 17개 상표권을 특허청에 출원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도 같은 날 각각 12개, 18개 상표권을 신청했다. 상표권 출원은 단순한 브랜딩을 넘어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들의 움직임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급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1,8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대부분을 달러 기반 USDC와 USDT가 차지하고 있다. 미국 상원이 지난 6월 통과시킨 'GENIUS Act'는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며 시장 확대의 신호탄이 됐다.

유럽연합도 'MiCA(Markets in Crypto-Assets) 규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에 대한 포괄적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 싱가포르는 'Payment Services Act', 홍콩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라이선스 제도, 아랍에미리트는 디지털 자산 규제를 각각 시행하며 아시아 지역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에서는 국민·신한·우리·농협·기업·수협·씨티·SC제일은행 등 8개 은행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오픈블록체인협회, 금융결제원과 협력해 공동 인프라 구축을 논의 중이며, 관련 법 제도 정비 이후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법인 설립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은행권이 연합전선을 구축한 배경에는 안정성과 주도권 확보 전략이 깔려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별 은행이 단독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보다는 공동 인프라를 구축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발행권을 둘러싼 업계 간 이견도 뚜렷하다. 은행권과 한국은행은 안정성을 이유로 발행권을 은행에 우선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간이 예금이나 국채 등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환매 급증 시 금융시장 전반에 리스크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핀테크업계는 은행 독점에 반대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결제 영역에서의 실사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PKRW', 'KKRW' 등 18개 상표권을 출원했다. 다날은 스테이블코인 운영사 전환을 목표로 금융기관 경력 대관 전문가를 채용하며 결제 테스트와 인프라 고도화에 나섰다.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빗썸은 직접 발행보다는 최대 300억 원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육성 공모전을 통해 향후 유통 주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발행 방식을 둘러싼 논의도 활발하다. 고객 자금을 별도 신탁 계정에 보관하는 '신탁형 모델'과 은행 예금과 직접 연동하는 '예금토큰형'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신탁형은 고객 자금의 안전성이 높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진다. 예금토큰형은 기존 예금과 연동되어 운영이 간편하지만 규제 리스크가 크다.

이재명 정부의 디지털자산 육성 정책도 업계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공약으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약속했고, 최근 국회에서는 민병덕 의원의 '디지털자산 기본법' 등 관련 법안 발의가 활발하다.

다만 해외 사례를 보면 법제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GENIUS Act와 STABLE Act가 하원에서 조율 중이며, 유럽도 MiCA 규제 시행 과정에서 세부 가이드라인을 지속 보완하고 있다.

부산 블록체인 특구에서는 이미 디지털 자산 실증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실험이 진행 중이다. 전국 단위 법제화에 앞서 특구 내에서 충분한 실증 데이터를 축적한 후 점진적으로 확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금융업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해외 송금 비용 절감, 금융 포용성 확대, 디지털 경제 생태계 확장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원화의 디지털 결제 수단으로서의 위상 강화도 주요 동력 중 하나다.

하지만 테라-루나 사태처럼 잘못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의 폭락 리스크, 빅테크 독점 우려, 통화정책 영향 등의 과제도 남아있어 치밀한 제도 설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출처
면책조항: 상기 내용은 작자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따라서 이는 Followin의 입장과 무관하며 Followin과 관련된 어떠한 투자 제안도 구성하지 않습니다.
라이크
즐겨찾기에 추가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