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첫째 주, 암호화폐 시장은 흥미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체 시가총액이 3.6~3.8조 달러 구간에서 답보하고 있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시장이 공존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점차 메이저 코인에서 발을 빼고 있다. 비트코인이 11만4550달러 수준에서 50일 이동평균선을 계속 건드리자 '피로감'이 누적된 것이다. FxPro의 알렉스 쿱시케비치 애널리스트는 "이런 현상은 단기 투자자들이 수익실현 후 더 높은 수익을 찾아 마이크로캡 토큰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반면 기관들은 오히려 '바겐세일' 기회로 보고 있다. 게임회사 SharpLink만 봐도 지난주에만 2억6450만 달러어치 이더리움을 추가 매집했다. 현재 64개 기업이 보유한 이더리움은 296만 개로, 전체 공급량의 2.45%에 달한다. 비트코인 역시 7월 한 달간 기관들이 2만6700개를 추가 매수하며 총 보유량이 135만 개(유통량의 6%)에 이른다.
이런 '스마트머니'의 판단이 옳다는 신호가 ETF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4일간 빠져나갔던 자금이 다시 돌아와 비트코인 ETF에 9150만 달러, 이더리움 ETF에 3512만 달러가 순유입됐다. 블랙록의 IBIT가 4200만 달러로 유입을 주도한 점은 대형 기관들의 신뢰 회복을 의미한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다. 에테나의 USDe가 7월 중순 이후 75% 급등하며 95억 달러 규모의 3위 스테이블코인으로 올라섰고,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2750억 달러에 근접하며 7개월 연속 성장 중이다. 이는 기관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도 여전히 암호화폐 시장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현재 상황은 '시장의 성숙화' 과정으로 해석된다. 개인들이 투기성 자산을 찾아 헤매는 동안, 기관들은 검증된 디지털 자산에 베팅하고 있다. 여름철 조정 국면이지만 제도권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하반기 본격적인 상승장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