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바이낸스의 국내 5위 거래소 고팍스 인수를 최종 승인함에 따라,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구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2년 반 동안 지연돼온 이번 결정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글로벌 거래소와의 '직접 경쟁 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그동안 업비트와 빗썸이 전체 거래량의 90% 이상을 점유하며 사실상 시장을 양분해왔다. 하지만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등장은 이 같은 구도에 균열을 예고한다. 바이낸스는 2억 9천만 명 이상의 글로벌 이용자를 바탕으로 한 막대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거래 수수료는 국내 거래소(약 0.05%)의 절반 이하 수준인 0.01%대다. 상장 코인 수도 400개 이상으로, 국내 주요 거래소 대비 약 두 배에 달한다.
국내 시장에서 바이낸스의 경쟁력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은행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상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은 거래소 운영의 필수 요건이기 때문이다. 현재 고팍스는 전북은행과 제휴 중이지만, 향후 대형 시중은행으로의 확장이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파생상품 거래 금지, 오더북(주문장) 통합 여부 등 국내 규제 체계가 바이낸스의 글로벌 경쟁력을 얼마나 허용할지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진출을 두고 "단기적으로는 국내 거래소들에게 위협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성숙의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경쟁 노출을 통해 국내 거래소들이 서비스 품질 개선, 보안 강화, 상장 투명성 제고 등 구조적 혁신을 촉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5년 전 철수했던 글로벌 거대 거래소가 한층 강력한 자본력과 시스템으로 돌아왔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복귀'가 아니라, 한국 금융시장 개방성과 디지털자산 산업의 국제 경쟁력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