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암호화폐를 넘어 전 세계 금융 체계를 재편할 혁신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신용카드, 페이팔, 애플페이 등으로 잘 구축된 기존 결제 인프라와 달리, 웹3 플랫폼을 위한 인프라는 아직 미흡한 상태다. 스테이블코인이 이 공백을 채우는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수 기술: 에이전트와 거래 플랫폼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성장에는 세 가지 핵심 기술이 필요하다.
첫째, 에이전트 기술으로 거래 환경을 자동으로 구성·최적화한다. 둘째, 거래 플랫폼 기술으로 결제를 쉽게 한다. 현재 상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받지 않는 이유는 기술 진입장벽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PG사 같은 중개 기업들이 가맹점을 대신해 결제 시스템을 관리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 모델을 운영 중이다.
셋째, 지속적인 기술 업데이트다. L2 네트워크 같은 더 저렴한 블록체인이 등장하면 거래 수수료가 내려가고, 기존 시스템을 새로운 기술로 교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에이전트 기술이 중추적 역할을 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
써클(Circle)은 원래 핀테크 회사였지만, USDC(스테이블코인)를 발행하면서 핵심 수익원을 확보했다. 다만 미국 규제 당국에 적발될 경우 천억 달러대의 벌금에 직면할 수 있어, 코인베이스와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코인베이스의 플랫폼에서 보유 중인 USDC에 대한 이자 소득은 전부 코인베이스에 귀속되며, 코인베이스 외 다른 곳에 보유된 USDC의 이자 소득은 Circle과 코인베이스가 50:50으로 나누기로 합의했다.
글로벌 기업 생태계: 유니콘 기업 분석
2024년 기준 유니콘 기업 수는 미국 656개, 브라질 17개, 한국 14개인 반면 여타 아시아 국가들은 더 적은 수준이다. 특히 엔터프라이즈 테크 분야는 AI 회사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금융 서비스 분야에선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기업이 80개 이상의 유니콘을 형성하고 있다.
알고리즘 매매와 스테이블코인의 미래
미국 주식 시장의 70~80%는 이미 알고리즘 매매(초단타 거래)로 진행되며, 시장 규모는 1,6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러한 고주파 거래 환경에서 유동성을 높이는 수단이 바로 토큰화다.
미국에선 이미 토큰 증권(INX)이 출시됐고, 블랙록의 토큰화 펀드도 등장했다. 비중앙화 거래소인 유니스왑에선 USDT, EURT(유로), 달러 간 시세 차익이 실시간 거래된다.
파생상품 시장: 글로벌 기준과 한국의 기회
파생상품(선물·옵션) 거래량은 현물 거래보다 훨씬 크다. 코인베이스도 파생상품에 진출했지만 규제상 영구 선물은 거래할 수 없어, 해외에 별도 거래소(코인베이스 인터내셔널)를 설립했다.
한편 한국은 아직 공식적인 스테이블코인 파생상품 거래소를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이는 현재로서는 제약이지만, 규제 프레임워크를 선제적으로 마련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거액이 해외 거래소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규제와 인프라 구축을 통해 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현실이다. 10년 전만 해도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였지만, 현재 이 시장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는 가운데, 한국의 빠른 대응이 미래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