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 테더가 지분 토큰화를 활용한 새로운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하며 글로벌 자본시장의 경계를 흔들고 있다. 기업가치 5000억달러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 지분 매각 대신 온체인 기반 유동성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12일(현지시각) 테더가 최근 기존 주주 한 명의 지분 매각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테더는 현재 전체 지분의 약 3%에 대해 200억달러(약 29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논의 중이며, 이를 통해 기업가치 5000억달러 수준의 평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주주는 테더를 약 2800억달러 가치로 평가하고 10억달러 규모의 지분 매각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테더는 단기적인 지분 처분보다는 자금 조달 이후 지분 토큰화 또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투자자에게 유동성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토큰화는 기업 지분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 형태로 발행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지분의 분할과 이전이 쉬워지고, 담보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유동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온체인 지분 구조에서는 투자자가 실질적인 지분을 유지한 채, 토큰화된 지분을 탈중앙금융(디파이) 시장에서 담보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통적인 비상장 지분 거래가 가진 유동성 한계를 블록체인 기술로 보완하는 셈이다.
테더의 이 같은 구상은 미국 금융 규제 환경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1일 예탁결제기관인 예탁결제신탁회사(DTCC)가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채권을 블록체인에서 토큰화하는 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 미국 금융 인프라의 핵심 기관이 온체인 증권을 공식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미국 금융시장은 온체인으로 이동할 준비가 돼 있다”며 “온체인 시장은 투자자에게 더 높은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 효율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JP모건은 갤럭시 디지털 홀딩스를 위해 5000만달러 규모의 토큰화 채권 발행을 지원했다. 규제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과 대형 금융사들이 잇따라 토큰화 실험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자산 거래소들 역시 토큰화 상품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조만간 토큰화 주식과 예측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인베이스는 신규 상품을 소개하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예고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토큰화된 상장주식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RWA.xyz 집계에 따르면 현재 토큰화된 상장주식 시장 규모는 약 7억달러(약 1조원)에 그친다. 그럼에도 테더와 같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지분 토큰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비상장 기업 자금 조달과 투자 구조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USDT를 통해 이미 글로벌 결제·유동성 인프라를 구축한 테더가 지분 토큰화까지 영역을 넓힌다면, 스테이블코인 기업이 단순 발행사를 넘어 ‘온체인 자본시장 플레이어’로 진화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