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가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를 출시하며 자산 토큰화 전략을 본격 가동했다. 전통 금융의 핵심 상품인 머니마켓펀드를 온체인으로 옮긴 첫 사례로, 월가의 블록체인 실험이 파일럿 단계를 넘어 실전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는 약 4조달러(약 5863조원)를 운용하는 자산운용 부문을 통해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 MMF를 출시한다. JP모건은 해당 펀드에 자체 자금 1억달러(약 1466억원)를 시드머니로 투입한 뒤, 16일부터 외부 투자자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이번 상품은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를 블록체인 위에서 운용하는 구조다. 펀드명은 ‘마이 온체인 넷 일드 펀드(My OnChain Net Yield Fund)’로, 약칭은 MONY다. 운용과 토큰 발행, 관리에는 JP모건의 토큰화 플랫폼 ‘키넥시스 디지털 애셋(Kinexys Digital Assets)’이 활용된다.
투자자는 JP모건의 기존 머니마켓 투자 플랫폼 ‘모건 머니(Morgan Money)’를 통해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가입 시 펀드 지분을 나타내는 디지털 토큰이 크립토 지갑으로 지급되며, 현금뿐 아니라 서클이 발행한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로도 가입과 환매가 가능하다. 전통 금융 계좌와 블록체인 지갑, 스테이블코인을 하나의 투자 흐름으로 연결한 구조다.
MONY는 기존 머니마켓펀드와 마찬가지로 국채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단기 채무증권에 투자하며, 이자와 배당은 매일 발생한다. 다만 운용과 정산, 지분 관리가 블록체인 상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이를 통해 결제 지연, 중개 비용, 운용 투명성 문제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1년간 머니마켓펀드 자산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도 3000억달러(약 440조원)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 의회를 통과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지니어스 법(Genius Act)’ 이후, 월가 주요 금융사들이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한 상태에서 토큰화 금융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JP모건의 선택이 이더리움이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은행들이 이미 국채, 펀드, 예치금 토큰화를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진행하고 있어, 유동성과 표준 측면에서 가장 안정적인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USDC를 결제 수단으로 채택하면서 온체인 금융과 기존 달러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이번 사례는 자산 토큰화가 더 이상 실험적 기술이 아니라, 대형 금융기관의 핵심 수익 상품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월가에서 시작된 토큰화 MMF 흐름은 향후 국채, 회사채, 대체투자 상품으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금융 인프라가 블록체인 위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한국 금융권과 디지털자산 산업이 어떤 역할을 선택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