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 채굴 산업이 다시 한 번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이 평균 채굴 비용보다 약 20%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채굴 수익성이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일 채굴 수익은 약 2,800만 달러 수준으로 감소해, 지난해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조정과 거래 수수료 감소가 동시에 겹치면서 채굴사들의 수익 구조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시장 분석에 따르면 주요 상장 채굴기업들의 평균 채굴 원가는 6만~8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 비트코인 시세는 이를 밑도는 구간에서 형성돼 있어 상당수 채굴사들이 손익분기점 아래에서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환경은 자연스럽게 네트워크 지표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총 연산 능력을 의미하는 해시레이트는 최근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익성이 떨어질 경우 전력 효율이 낮은 장비부터 가동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해시레이트 감소는 난이도 조정을 통해 일정 부분 완충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 내 구조 재편을 촉발하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전력 단가가 높은 지역의 중소 채굴사들이 먼저 압박을 받고 있다. 일부 기업은 운영을 축소하거나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매도해 현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시장에 추가적인 매도 압력을 형성할 수 있다. ETF 자금 유출과 맞물릴 경우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눈에 띄는 변화는 채굴 기업들의 사업 전환 움직임이다. 고성능 GPU와 대규모 전력 인프라를 갖춘 일부 채굴업체들은 설비를 AI 데이터센터 용도로 전환하고 있다. 인공지능 연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채굴 인프라가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재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불황 대응을 넘어, 채굴 산업의 정체성을 바꾸는 흐름으로 평가된다.
이번 수익성 악화는 단기 가격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채굴 산업은 비트코인 생태계의 보안과 직결되는 핵심 축이다. 채굴사의 재무 건전성이 약화될 경우 네트워크 안정성 논의도 불가피해진다. 동시에 이는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비효율 설비가 정리되고, 대형화·집중화가 가속화되는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가격 회복 여부다. 비트코인 가격이 채굴 원가 위로 안정적으로 복귀할 경우 산업은 빠르게 정상 궤도로 돌아설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역마진 구간이 장기화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 채굴 산업은 지금, 단순한 수익성 둔화를 넘어 체질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 이번 하락 국면이 일시적 조정으로 끝날지, 산업 지형을 바꾸는 분기점이 될지는 향후 몇 개월간의 가격 흐름과 자금 유입 동향이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