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과 7월, 미국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ETH) 현물 ETF를 연이어 출시하면서 각국이 국내 투자자들의 이런 상품 참여 허용 여부와 자국 암호화폐 ETF 발행 문제를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비교적 보수적인 일본 역시 해외 동향을 따라 암호화폐 ETF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ETH) ETF 우선 지원
《블룸버그》에 따르면 암호화폐 ETF 발행에 관심 있는 일본 기관들이 모여 조직을 구성했고, 최근 제출한 제안서에서 암호화폐 ETF 출시 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ETH) 등 주요 토큰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조직은 이들 토큰의 높은 시총과 안정적인 실적이 중장기 자산 배분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 조직에는 일본 주요 신탁은행, 암호화폐 거래소, 증권 중개사가 포함되어 있다. 신탁은행에는 MUFG 신탁은행과 SMBC(홍콩) 그룹이, 암호화폐 거래소에는 비트플라이어(bitFlyer)가, 증권 중개사에는 노무라증권과 SBI증권이 참여하고 있다. 이 조직은 제안서의 의견이 개별 회원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제안서는 일본 당국에 현행 암호화폐 과세 제도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는 일본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ETF 승인을 기대하는 주된 이유다. 일반 암호화폐 투자 수익은 잡수입으로 간주되어 최고 55%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ETF 거래 수익은 자본이득으로 취급되어 약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일본의 암호화폐 ETF에 대한 신중한 입장
미국, 홍콩, 호주 등이 올해 암호화폐 ETF를 잇달아 승인한 것과 달리, 일본은 이 상품 출시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일본은 디지털 자산 친화국가를 자처하지만, 정책적으로는 여전히 세금 및 규제 완화에 소극적이어서 리스크 회피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SMBC(홍콩) 그룹 투자 총괄 오키 시오자와는 일본 재무성이 암호화폐에 대해 일반적으로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 당국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말했지만, 그는 "암호화폐 관련 ETF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금융상품 승인을 담당하는 일본 금융청(FSA)이 보수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개혁 추진으로 암호화폐 ETF 승인
일본 암호자산 비즈니스 협회 부회장 키무라 케이스케는 암호화폐 ETF 출시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 등 다방면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변화의 핵심은 암호자산에 대한 사회적 인정도 제고, 즉 일본 국민의 자산 증식에 긍정적 기여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과거 Mt.Gox와 DMM 해킹 사건으로 인한 수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손실 등 암호화폐 관련 스캔들이 이런 개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키무라는 "일부 벤처캐피탈은 준비가 되어 있겠지만, 많은 전통적 자산운용사, 보험사, 금융기관들은 암호자산과 리스크 관리 방안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암호화폐 ETF 승인을 위해서는 일본 당국의 규제 완화와 세율 인하 등 개혁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