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비트코인 가격은 한 때 9만800달러선까지 하락하며 조정장세를 보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1월 5일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4주만에 발생한 첫 조정이었습니다. 그사이 비트코인 가격은 6만7000달러에서 9만달러 너머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지난주 자산 가격을 살펴보면 비트코인만 조정을 겪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스닥은 주간 가격 변화율 -0.06%로 보합 수준이었지만 AI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9.38%, ‘트럼프 트레이드’ 대표 종목인 테슬라는 -3.18%를 기록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주초 10%대 하락을 보이긴 했으나 27일부터 빠르게 반등하며 가격을 회복해, 주간으로는 -1.65% 변동에 그쳤습니다. 최근 폭발적인 상승을 보였던 솔라나(SOL)는 같은 기간 5.90% 하락했습니다.
독특한 점은 올해 내내 부진했던 이더리움(ETH) 가격이 갑자기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음에도 ETH는 지난주 통산 6.46%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암호화폐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더리움 가격이 강했던 원인은 명확해 보입니다. 지난주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25, 26일 이틀 동안 약 5억5000만달러의 자금이 유출되며 주간으로도 유입자금 순유출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더리움은 현물 ETF에서 4영업일 모두 순유입이 발생하면서 주간 유입량으로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법원 “토네이도 캐시 향한 OFAC 제재, 권한 넘어선 것”
이번 주 이더리움 ETF로 별안간 많은 자금이 유입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여러가지 이벤트와 가격 흐름을 바탕으로 분석해보면 미국 법원이 28일(현지시간) 미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토네이도 캐시 제재를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린 영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 연방 항소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OFAC이 권한을 넘어서는 제재를 했다고 판단하며 “토네이도 캐시의 스마트 컨트랙트는 인간 개입없이 작동하도록 설계된 탈중앙적인 코드이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 소유·통제·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법적 정의의 ‘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충분히 탈중앙화가 진행된 프로토콜의 경우 미국 정부가 규제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게리 겐슬러 SEC 체제에서 증권법 위반 혐의에 떨어야 했던 디파이 프로젝트에게는 광범위한 호재였던 셈입니다. 이날 판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더리움을 비롯해 리도(LDO), 유니(UNI) 등 대부분의 디파이 토큰들이 10% 이상의 가격 급등을 보였습니다. 이더리움 거래를 익명화시켜주는 토네이도 캐시가 위법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지캐시(ZEC) 등 잊혀졌던 프라이버시 코인들도 가격이 덩달아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더리움의 상승세는 여기까지일까요? 업계 분석가들은 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특히 최근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두드러지는 이더리움 숏포지션과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이는 과거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던 시기에 나타났던 캐리 트레이드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이더리움에 캐리 트레이드가 일어나고 있다면 심하게 상승 모멘텀이 꺾이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올해 3월 기록했던 단기 고점인 4000달러까지는 어렵지 않게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파월 입에 10만달러 돌파 달렸다
지난 주 비트코인 가격은 빠르게 한 차례 조정을 거친 후 제자리를 되찾았습니다. 한 차례 바닥을 다진 셈이니 상승 가능성은 오히려 지난 주보다 더 높아진 셈입니다. 이번 주에는 반등의 기세를 몰아 10만달러선 돌파를 실현할 수 있을까요?
비트코인 10만달러 돌파를 가로막을 만한 악재는 현재로서는 2가지 정도입니다. 하나는 12월 미국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이번주에는 4개의 일정이 줄지어 있습니다.
우선 3일(화)에는 미국 ISM 제조업구매자지수가, 4일(수)에는 미국 노동부의 구인·이직 보고서(JOLTS)와 ADP 비농업부문 고용 지표가 공개됩니다. 5일 밤에는 미국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가, 6일에는 미국 비농업고용지수와 실업률이 발표됩니다. 이들 지표가 모두 양호하다면 연준은 12월에 금리인하를 한 차례 쉬어가며 동결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연준 인사들의 공개 연설도 줄지어 있습니다 . 3일에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6일에는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가 공개 발언에 나섭니다. 5월 새벽 3시로 예정되어 있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은 특별히 중요합니다. 그는 지난 11월 공개 연설에서 연준이 12월에는 금리 인하를 한 차례 쉬어가며 속도조절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입장을 바꾸느냐 유지하느냐가 10만달러 돌파를 가를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가능성이 있는 또 하나의 악재는 일본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자아내는 금융 불안입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11월 도쿄 소비자물가지수는 3개월만에 다시 상승세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이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엔 환율은 오랜만에 150엔선을 깨고 140엔선으로 하락했습니다. 달러-엔 환율이 140엔대 초반까지 떨어진다면 지난 8월에 있었던 엔캐리트레이드 언와인드로 인한 자산 가격 폭락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에 좋은 소식은 없을까요?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강세를 보이면서 희망찬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비트코인 NVT(Network Value to Transaction) 골든 크로스 지표가 아직 위험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상승 모멘텀만 살아있다면 충분히 10만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NVT 골든 크로스란 코인의 시가총액을 거래된 코인 총량으로 나눈 값(NVT)을 바탕으로 매수와 매도 시점을 알 수 있게 만들어놓은 지표입니다. 이 값이 2.2 이상일 경우에는 과매수, -1.6 이하일 경우에는 과매도로 해석합니다.
30일 기준 비트코인의 NVT 골든 크로스는 1.1 정도입니다.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아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현재 비트코인 장기보유자들이 코인을 매도하는 비율이 최근 5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사실도 함께 염두에 두고 가격 변화에 대응해야 하겠습니다. 이는 통상적으로 비트코인 가격 하락 압력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 이번 주에도 독자 여러분들의 성공적인 투자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