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역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지난 3년 간 가상자산 생태계가 질적 성장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2021년 상승장과 대조해 신규 고래가 대폭 증가했고, 비트코인 해시레이트도 크게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체력이 강화되면서 장기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5일 오후 2시 43분 코인마켓캡 기준 BTC는 전일 대비 6.24% 오른 10만 2235.2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한 달 만에 49.24%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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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고래서 기관투자자로… BTC 주도세력 대이동
이번 상승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3년 전과 달리 신규 고래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은 BTC 사상 처음으로 6만 달러를 돌파했던 시기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 발표,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그러나 당시 BTC를 대량으로 매입한 주체들은 대부분 기존 고래들이었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크립토 퀀트의 주기영 대표는 “2021년에는 기존 고래가 BTC를 지속적으로 축적했다면, 2024년에는 신규 고래들이 BTC를 매입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급증한 커스터디언 지갑 물량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커스터디언 지갑은 주로 기관투자가가 장외거래(OTC)를 할 때 이용한다. 대규모 가상자산 거래 시 기관투자가는 일반 거래소보다 OTC를 선호한다. 거래소에서 대량 매수 주문을 한번에 내면 가상자산 가격이 급격히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 대표는 “커스터디언 지갑 유입 물량이 압도적으로 증가했다”면서 “이는 비트코인의 주주명부가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이라고 분석했다. 즉 기존의 개인 중심 고래들과 달리 전략적 투자를 추구하는 기관들이 새로운 고래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 해시레이트의 급증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날 같은 시간 코인와츠 기준 비트코인 해시레이트는 818.58엑사헤시(EH/s)를 기록했다. 2021년 11월 상승장(170EH/s) 대비 약 380% 증가한 수치다. 해시레이트는 비트코인 채굴에 필요한 연산력이다. 비트코인 채굴 참여자가 증가할수록 해시레이트도 오른다. 즉 해시레이트 상승은 비트코인 채굴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로, 비트코인 네트워크 보안성이 강화됐다는 뜻이다. 주 대표는 “51% 공격 등 해킹 시도에 대한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방어력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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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뛰어든다... 비트코인 매입 법안 잇단 발의
비트코인 생태계 참여자도 다양해지고 있다. 블랙록 등 전통 금융사를 넘어 정부 차원 참여도 확대되는 추세다. 트럼프 당선인은 BTC를 미국의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약속했고,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지난 8월 정부가 BTC를 100만 개 매입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달에는 브라질 하원의원이 25조원 규모의 BTC 준비금 법안을 발의했다.
이같은 생태계 강화를 바탕으로 낙관적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패러다임 전환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 생태계는 금융 시장 주류에 진입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 친 가상자산 정부가 권력을 잡으면서 세계 다른 국가들도 이 분야에 주목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벤치마크 컴퍼니의 마크 펠머 애널리스트도 “BTC가 기관들의 포트폴리오 편입으로 주류 투자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경우 2026년 말까지 22만 50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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