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형사·민사 몰수 절차를 통해 확보한 디지털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 비축할 계획이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인공지능(AI)·가상화폐 차르는 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색스는 미국 정부가 몰수한 비트코인을 매각하는 대신 자산으로 보유하도록 지시한 이번 조치가 “납세자에게 단 10센트의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과거 보유했던 비트코인을 성급하게 매각해 170억 달러 이상의 자산 가치를 잃었다며, 이번 결정이 장기적으로 가상화폐의 전략적 활용을 도모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정부는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판매하지 않고, 가치 저장소로 유지하게 된다. 재무부와 상무부 장관은 예산 중립적인 방식으로 추가적인 비트코인 확보 전략을 수립할 권한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 납세자에게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 명확히 규정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상화폐 전략 비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비트코인 외에도 이더리움, XRP(리플), 솔라나, 카르다노 등을 포함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색스는 정부가 몰수한 디지털 자산 외에는 추가적으로 가상화폐를 구매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미국을 세계 가상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가상화폐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화폐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그는 2021년까지만 해도 가상화폐를 “사기로 가득 찬 범죄적 산업”이라고 비판했지만, 이번 대선 국면에서는 친가상화폐 정책을 내세우며 입장을 전환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디지털 위안화를 앞세운 중국의 금융 패권 도전에 대응하고, 미국 정부의 막대한 부채 상환을 위한 전략적 조치로도 해석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상화폐를 금이나 원유처럼 전략 자산으로 간주하려는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미국의 금융 시스템 변화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가상화폐 규제와 활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주요 가상화폐 기업 CEO들이 참석하는 ‘크립토 서밋’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차기 행정부의 가상화폐 정책 구상이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달러의 국제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지지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와 연동된 디지털 자산으로, 그 발행량이 증가할수록 달러의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