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맛이 달라졌다?”
커피 바이어 입장에선 거래처의 생산 문제나 작황 부진으로 매년 다른 맛이 나는 커피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부산의 한 스타트업이 블록체인 기술로 해답을 제시했다. 커피의 맛과 향, 원산지 정보를 QR코드 하나로 확인할 수 있는 ‘부산형 커피 인증제’가 주목받고 있다.
23일 오후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21층 커피 물류 스타트업 ‘비피앤솔루션’ 사무실. 이 공간엔 커피향 대신 디지털 장비들이 가득했다. 키오스크와 PDA 앞에 선 직원이 QR코드를 찍자, 해당 커피의 원산지, 맛의 특징, 수입 신고 내역이 한 화면에 펼쳐졌다. 비피앤솔루션 김용길 연구소장은 “QR을 찍는 순간, 커피가 언제 어디서 생산되고 어떻게 가공됐는지 모든 이력이 나온다”며 “이게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비피앤솔루션은 2019년부터 블록체인 기반 물류 사업에 뛰어들었다. 커피 수입 신고서와 실제 원두를 블록체인상에서 일치시켜 ‘대체불가토큰(NFT) 커피’로 등록하고, 물류 단계마다 이력을 기록한다. 커피의 품질과 맛을 결정짓는 300종의 정보는 디지털 ‘커피 키’로 저장된다. 김 소장은 “올해 안에 커피 품종을 1000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물류 정보 저장을 넘어, 화학 성분 분석과 로스팅 온도, 품종 특성 등 커피 맛을 좌우하는 과학적 정보도 함께 담는다. 인공지능(AI)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로스팅 프로파일을 추천해준다. 고객층은 커피 수입업자, 로스터리 운영자, 커피 전문점, 브랜드 등 다양하다.
한 커피 브랜드는 기존 커피가 품절되자 이 시스템을 활용해 비슷한 풍미의 대체 커피를 발견했다고 한다. 김 소장은 “기후 변화나 병해충으로 공급이 끊기면 대체 농장을 빨리 찾아야 한다”며 “이럴 때 우리가 구축한 데이터베이스가 빛을 발한다”고 강조했다.
비피앤솔루션은 커피 맛을 평가하는 ‘커핑 앱’을 국제 스페셜티 커피협회(SCA)의 공식 앱으로 등록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앱은 구독 기반 유료 서비스로 출시된다. 또한 AI 커피 추천 서비스, 온라인 커피 경매 플랫폼도 추진하고 있다. 오는 4월엔 코스타리카산 스페셜티 커피를 대상으로 아시아 최초 경매도 열리며, 일본과 대만, 중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부산테크노파크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부산형 커피 인증제를 추진 중이다. 커피 유통 이력을 블록체인으로 추적하고,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비피앤솔루션은 이 인증제의 핵심 기술 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