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은 자산인가”…용어 정립 혼선 속 화폐 기능 부각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자산이 화폐 수단으로 통용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당국은 코인을 화폐가 아닌 자산으로 규정하고 있어 법적 규제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사진은 비트코인이 10만 달러선을 회복한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본점 전광판에 실시간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자산이 화폐 수단으로 통용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당국은 코인을 화폐가 아닌 자산으로 규정하고 있어 법적 규제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사진은 비트코인이 10만 달러선을 회복한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본점 전광판에 실시간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비트코인은 ‘실체 없는 허구’ 또는 ‘도박’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전통 화폐를 대체할 미래 화폐란 기대감으로 1억 원까지 상승해 왔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자산이 화폐 수단으로 통용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당국은 코인을 화폐가 아닌 자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장의 변화에도 법적 규제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11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테더(USDT), 유에스디코인(USDC) 등 달러 가치와 1대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기반 체크카드인 ‘레돗페이’가 국내에 도입됐다. 레돗페이는 홍콩에 본사를 둔 2023년 설립된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이다. 해당 체크카드는 세계적 결제 기업인 비자와 연계돼, 비자 가맹점이면 국내외 어디서든 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최근 디지털자산 기반 결제 수단으로는 스테이블 코인이 떠오르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적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달러나 금 등 특정 자산과 1대1로 연동돼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가상자산 시장의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아 지급 수단이나 금융 서비스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결제 과정에서 기존 신용·체크카드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디지털자산으로 결제 시 업주가 신용카드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수료 절감 효과를 본 업주는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 기업 다날은 지난 2월 자사 페이코인을 통해 피자헛에서 피자를 주문 시 20% 할인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가상자산 결제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사용처는 관광 산업이다. 해외여행 시 필요한 환전 절차와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기존 신용카드 수수료보다 낮은 비용으로 예약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어서다.

여행 전문 연구센터 야놀자 리서치가 발표한 ‘가상화폐의 부상과 결제 방식의 변화 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이 가상자산을 관광 산업에 접목하는 선도적인 국가라고 평가했다. 일본 최초의 관광 특화 블록체인 디지털 통화인 ‘루라코인’이 온천과 호텔 식당, 기념품점 등 일본 전역 관광 시설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 중이다. 지난 2월 기준 300개 이상 지역상점에서 통용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일부 회원국에서 가상자산 결제 인프라를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유럽 내 주요 명품 브랜드의 약 25%는 비트코인은 물론 스테이블 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허용하고 있다.

해외와 비교하면 국내의 디지털자산 기반 결제 서비스는 규제로 인해 걸음마 수준이다. 가상자산에 대한 국가별 규제 차이와 결제 인프라 부족은 보편화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점에서 코인은 화폐의 3대 조건인 △가치의 저장 △가치의 척도 △교환의 매개 기능 중 어떤 것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선 이른바 ‘코인’을 ‘암호화폐’, ‘가상화폐’, ‘가상자산’ 등 다양한 용어를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정립된 개념도 없고 실체도 인정받지 못해 생긴 사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코인에 화폐라는 용어를 쓰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2021년 홍남기 기획재정부 전 장관은 한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암호화폐나 가상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이란 용어를 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피자데이’를 기념비적인 행사로 추켜세우고 있다. 피자데이는 2010년 5월 18일 비트코인으로 피자 두 판이 결제된 최초의 사례다. 당시 1만 개의 비트코인을 지불하고 피자 두 판을 구매한 미국 프로그래머 라즐로 헨예츠는 “코인이 실물 경제에서 사용될 수 있음을 증명하려는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치로는 대략 1조 4000억 원에 달하는 피자인 셈이다. 지폐 역시 본질은 종잇장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으로 신용을 약속하고 통용되면서 화폐로서 가치를 지니게 됐다. 비트코인의 쓸모가 입증된 최초 사례에 가상자산 업계는 매년 이맘때 프리미엄 피자 브랜드 파파존스와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최초 비트코인 결제는 2013년 12월 파리바게뜨 인천시청역점에서 런치 샌드위치와 카페라떼다. 총 7500원이 결제됐다. 이를 시작으로 커피숍, 헤어숍, 학원 등 적지 않은 수의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였지만,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현재는 비트코인을 받아주는 상점이 거의 없다. 비트코인 맵(BTC MAP)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비트코인 결제 매장은 총 61곳이다. 이 중 서울과 부산은 각각 17곳과 9곳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매장은 최근 5년간 비트코인으로 결제된 사례가 전무하다고 전했다.

가상자산 업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8일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시장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에 올해 하반기 규제 해소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후보는 “달러 기반 또는 미국 국채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의 핵심 정책 중 하나”라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진출해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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