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히어로즈"는 블록체인 전문 매체 비온미디어 심준식 대표가 디지털자산 시장의 리더들과 나누는 심층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이들의 삶과 철학, 미래 비전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부산이 아시아 디지털자산 허브로 성장하기 위한 길을 모색합니다.

프롤로그: 부산 소년, 글로벌 디지털자산 무대에 서다
부산 남천동 해변가. 중학생 소년이 수영장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었다. "항상 오른쪽 엉덩이는 빨갛고 왼쪽 엉덩이는 파랬습니다. 중학교 수영 선수시절, 코치들의 강도 높은 체벌 때문이었어요."
그 소년이 성인이 되어, 전도유망한 디지털 자산 플랫폼의 CEO으로 성장했다. 이 인터뷰는 웨이브릿지 오종욱 대표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진짜 기회에 관한 이야기다.
Chapter 1: 첫 번째 창업의 시련과 교훈
촉망받던 최연소 펀드매니저의 선택
"최연소 매니저라고 하는 건 좀 거창한 말 같아요."
겸손한 첫마디와 달리 오종욱 대표의 이력은 화려했다. 서울과학고, 카이스트 산업공학과를 거쳐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에서 10년간 리서치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공대와 금융공학 전공 배경 덕분에 일찍 펀드매니저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모든 것을 바꿨다. "금융회사들의 서비스나 펀드가 많이 위축됐어요. 그때 IT가 금융을 바꾸는 시기였고, 비트코인도 2008년에 나오지 않았습니까?"
전통 금융업계가 위축되면서 오 대표는 변화의 바람을 감지했다. 안정적인 대기업 직장을 박차고 나온 이유를 묻자, 그의 답변은 의외로 솔직했다. "확신보다는 조금 뭔가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IT가 주도하는 금융 생태계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2014년에 창업했습니다."
첫 번째 창업: 쓰라린 실패의 맛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첫 번째 창업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너무 어렸을 때, 좀 잘 모를 때, 조직을 모를 때 좀 빠르게 했던 것들이 있었어요. 그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은 회사를 정리하는 과정이었다. "어쨌거나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비즈니스인데, 본인들이 원하는 게 다를 때... 공동 창업했던 대표 형이랑 약간 헤어지고 나오는 경험이 제일 힘들었어요."
실패는 쓰라렸지만, 값진 교훈을 남겼다. "사람을 중시하게 됐던 측면도 있고, 조직이라든지 다른 측면에서 스타트업이지만 결국은 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중요성을 많이 깨달았어요."
운명을 바꾼 한 권의 책
슬럼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 책이 있었다. 바로 벤 호로위츠의 『하드 씽(Hard Thing)』이었다.
"사업을 할 때 개인적으로 좀 도움받았던 책이에요. 되게 직설적이고, 어쨌거나 다른 이해관계에서 어떻게 보면 마음이 나약한 사람들, 착하고 나약한 사람들이 많을 수 있는데, 사업을 하는 어떤 그런 마인드와 이런 걸 고취시킬 수 있는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이 책은 그에게 사업가로서의 단단한 마음가짐을 심어줬다. "첫 사업 했을 때가 조금 마무리 정리할 때가 좀 힘들었지만, 그때 배운 거로 두 번째 창업할 때는 조금 더 탄탄하게 할 수 있었어요."
Chapter 2: 부산 소년의 DNA - 혹독함이 만든 강인함
중학생부터 시작된 혹독한 훈련
오 대표의 강인함은 어디서 왔을까? 답은 부산에서의 어린 시절에 있었다.
"부산에서 살았어요. 남천구에 있었고, 남천 빛 옛날 아파트 광안리 아파트 앞에서 수영을 했거든요. 부산 대표로 사직에서도 운동을 했고, 전국체전도 나갔었어요."
하지만 그 과정은 혹독했다. "그때 당시에 힘들었던 거는 정말 많이 때리더라고요. 정말 많이 맞았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운동을 했는데 항상 오른쪽 엉덩이는 빨갛고 왼쪽 엉덩이는 파랬어요. 코치들이 하도 때려서요."
결국 견디다 못해 서울로 올라갔다. "더 이상 막 싫어서 그냥 누나가 고등학교 올라갈 때 서울로 같이 올라간 케이스예요."
고통이 만든 불굴의 정신력
하지만 이 혹독한 경험이 오히려 그의 최대 자산이 됐다. "나이가 드니까 굉장히 저한테 강점으로 작용한 게, 별로 힘든 게 없더라고요. 그 정도 그 이후 정도로 누가 때리는 것도 없고, 그냥 앉아서 하면 되는 것들도 있고, 그런 측면이 굉장히 그 스탠다드를 높였던 것 같아요."
서울과학고에 들어간 것도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는 체험으로 들어갔다.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그래도 제 주변 친구들 부산 친구들도 보면 지금 다 잘 하고 있거든요. 그런 악바리 근성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이 그의 좌우명을 만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써온 문구가 '세상은 도전하는 자의 것'이에요. 수영했던 경험이나 운동했던 경험들이 도전하는 걸 좀 즐기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Chapter 3: 제도권 금융인의 눈으로 본 웹3 세계
퀀트 전문성의 새로운 활용법
오 대표가 가진 차별화 포인트는 제도권 금융 경험이다. 하지만 디지털 자산 업계에서 이런 배경은 양날의 검이었다.
"웹3에서 시작한 친구들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훨씬 더 잘 만들어요. 디파이라든지 기존에 아예 없던 금융 생태계를 그려서 만드는 친구들이 2010년 초반부터 많이 있었죠."
하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제도권 금융이나 레귤레이션, 투자자 보호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혁신은 사실 제도권에서는 혁신이라고 보지 않는 경향이 많아요. 룰을 지키지 않는 혁신은 너무 급진적이고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그래서 웨이브릿지의 접근법은 다르다. "제도권 금융을 해봤던 사람들이 바꾸는 웹3 서비스, 크립토 서비스가 조금 달라요. 너무 혁신적인 것이 아닌 기존의 제도권에서 하던 것보다 하나 두 개 정도 스텝 더 나간 정도예요."
비트코인 ETF: 혁신과 안전의 절묘한 균형
오 대표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예로 들며 자신의 철학을 설명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도 사실 만들 수 있는 상품이지만 해석의 이슈, 기초 자산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신탁업법상 수탁을 할 수 있는 상품인지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 거예요. 대중들이나 금융 당국에서는 조금의 어떤 혁신을 더 원했던 것 같아요."
이런 접근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했던 것들이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의 조그마한 변화, 그리고 투자자들이 조금 더 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안전한 상품으로서의 ETF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Chapter 4: 글로벌 무대에서 찾은 새로운 기회
한국 시장의 구조적 한계
웨이브릿지가 처음부터 글로벌을 겨냥한 이유는 한국 시장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었다. 오 대표는 주식시장과 디지털자산시장의 근본적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 주식 같은 경우는 KRX에서 거래되는 한국 주식이 전부잖아요. 유통되는 채널이 한 군데라는 거죠."
이는 전통적인 중앙집권식 시장 구조다. 하나의 거래소에서 하나의 상품이 거래되고, 그 상품에 접근하려면 반드시 그 거래소를 통해야 한다. 증권사들은 모두 KRX라는 하나의 파이프라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근데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경우는 전 글로벌 어느 나라에서나 다양한 곳에서 비트코인 하나의 상품, 이더리움이라는 상품들이 여러 개의 국가, 여러 개의 거래소에서 다양하게 거래되잖아요."
이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이다. 같은 비트코인이지만 미국 코인베이스에서도 거래되고, 한국 업비트에서도 거래되고, 유럽 크라켄에서도 거래된다. 물리적 국경을 넘나들며 24시간 끊임없이 거래되는 글로벌 시장이다.
시장 참여자 구조의 차이
더 큰 차이는 시장 참여자 구조에 있었다. "한국 시장에서도 업비트, 빗썸, 그리고 커스터디 지갑 이 정도 서비스들이 있지만 실제로 그 서비스로만 사람들이 상상을 하다 보니까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생태계를 사람들이 되게 조금 작게 생각하는 측면이 있어요."
한국은 개인투자자 중심의 거래소 생태계였다. 업비트나 빗썸에서 개인들이 사고파는 것이 전부였다.
기관투자자 시장의 발견
해외 시장을 보니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해외 가상자산 시장,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는 기관을 위한 전문 서비스들이 되게 많아요. 코인베이스 거래소에서도 기관의 거래가 80%, 개인의 거래가 20%가 채 안 되거든요. 그런 시장이다 보니까 이게 되게 기본적으로 시장 자체가 달라요."
이는 충격적인 발견이었다. 한국에서는 디지털자산이 '개인들의 투기 수단'으로 여겨졌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기관투자자들의 주요 자산 클래스가 되어 있었다.
"금융사들이 결국 자산운용, 증권, 보험, 은행 이런 식으로 다 업권이 나뉘어져 있는데, 이 디지털 자산 시장은 전혀 이렇게 업권이 나뉘지가 않고 규제가 없다 보니까 사실 더 접근하기도 어렵고, 개인들 입장에서는 다 거래소에서 사고 파는 그런 조금 투기적인 형태의 UI/UX만 더 많이 부각되는 것 같아요."
Chapter 5: 돌핀(Dolfin) - 기관투자자를 위한 새로운 바다
법인이 겪는 현실적 고충
오 대표가 발견한 기회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개인과 법인은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다.
"개인은 개인의 리스크를 지고 그냥 거래소에서 사고 팔고 하면 되는데, 법인은 법인체라는 게 있고 거기에 담당 조직이 있고 임원들이 있는데 이분들이 모두 크립토를 알지 않으면 비트코인을 사거나 팔거나 투자하는 의사 결정을 내릴 수가 없거든요."
개인투자자라면 "아, 비트코인 오른다더라" 하고 밤에 업비트 켜서 돈 넣고 사면 그만이다. 하지만 상장회사 임원이 이사회에서 "우리 회사 현금의 10%를 비트코인으로 바꿔봅시다"라고 제안한다면? 이사들이 "비트코인이 뭔가요? 변동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세무 처리는 어떻게 하나요? 보관은 어디서 하나요?"라고 물어볼 것이다.
이런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웨이브릿지가 만든 것이 '돌핀(Dolfin)' 플랫폼이다. "그런 기관들을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의 자금이 크립토로 바뀌는 것, 그리고 그 바뀌었을 때 그걸 어떻게 안전하게 보관하고 자산을 관리하고 잔고를 체크하고 회계 처리하고 이런 것들이 업비트나 빗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일단 아니었어요."
글로벌 유동성의 연결고리
돌핀의 가장 큰 차별점은 글로벌 유동성 확보다. "저희는 많은 유동성이 확보돼야 된다고 봐요. 많은 유동성이라는 게 국내에서만 거래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스테이블 코인이 아니라 해외에 거래되는 그런 다양한 유동성이나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같이 협업을 해야 된다는 게 저희 회사의 처음부터 모토였어요."
실제로 웨이브릿지는 서클 얼라이언스 파트너십에도 들어가 있다. "그래서 저희 돌핀은 한국에서만 라이선스 받은 프로덕트가 아니라 유럽에서도 라이선스를 지금 취득을 준비하고 있어요. 유럽 MiCA를 취득하고 있고, 그랬을 때 해외에 있는 비트코인을 안정적으로 한국에다 공급할 수 있고, 해외에 있는 사람들이 한국 시장에 되게 진출을 하고 싶어 할 때 저희가 연결점이 될 수가 있어요."
웨이브릿지가 그려가는 그림은 명확했다. 한국의 상장회사가 비트코인을 사고 싶어 하면, 전 세계 어디에 있는 비트코인이든 가장 좋은 조건으로 연결해주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법적, 세무적, 회계적 문제를 원스톱으로 해결해주는 것.
Chapter 6: 2025년, 게임 체인저의 해
비트코인 ETF: 판도를 바꿀 거대한 물결
오 대표는 2025년을 디지털 자산 시장의 대전환점으로 본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비트코인 현물 ETF다.
"한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나오게 되면 증권사의 예수금으로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살 수 있게 되는 통로가 새로 생기는 거예요. 한국에서는 그게 가장 큰 변화의 창구가 될 것 같아요."
이는 단순한 상품 출시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비트코인을 사려면 업비트나 빗썸에 별도 계좌를 만들고, 별도로 원화를 입금해야 했다. 하지만 ETF가 나오면 기존 증권계좌에서 삼성전자 주식 사듯이 비트코인 ETF를 살 수 있다.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비트코인 ETF 총 AUM이 200조 원 정도 되는데, 한국 ETF 전체랑 비슷해요. 그 정도로 시장이 커지다 보니까 한국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자산운용사 위주로 가장 커질 것 같아요."
스테이블 코인: 새로운 결제 생태계
두 번째 게임 체인저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정부에서 한국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려고 준비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지금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 있어요."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와 1:1로 연동되는 디지털 화폐다. 달러 스테이블 코인인 USDC나 테더(USDT)가 대표적이다. 한국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나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해외에 있는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가진 것들을 한국의 스테이블 코인으로 바꿔서 결제한다든지, 이런 상상들도 좀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현재 시장 트렌드: 기관투자자의 시대
과거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주도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기관투자자 시장이 뜨겁다.
"유메이드부터 여러 가지 플랫폼이 잘 안 됐었고, 최근에 넥슨이 만든 플랫폼이 그래도 좀 잘 되는 느낌이 있는데, 그 섹터보다는 지금은 기관장인 것 같아요. 기관, 그러니까 금융기관들 시장이 열려서 비트코인을 위주로 하는 RWA, 스테이블 코인 이쪽 섹터가 너무 핫해요."
RWA(Real World Assets)는 부동산, 채권, 원자재 같은 실물 자산을 토큰화하는 것을 말한다. 블록체인 게임이나 NFT로 시작된 Web3가 이제 진짜 금융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Chapter 7: 개인투자자를 위한 현실적 조언
DCA: 변동성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
개인투자자들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오 대표의 조언은 명확했다.
"개인들이 투자한다고 했을 때 그 높은 변동성들은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저도 예전부터 많이 얘기하고 살았지만 비트코인을 그냥 DCA 형태로 꾸준히 사는 형태의 투자가 가장 기본이 될 것 같아요."
DCA(Dollar Cost Averaging)는 정해진 금액을 정기적으로 투자하는 분할매수 전략이다. 비트코인이 1억 원일 때도 사고, 5천만 원일 때도 사고, 1억 5천만 원일 때도 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평균 매수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알트코인의 함정
다른 코인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다른 코인들은 더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고, 테더 같은 스테이블 코인이나 USDC 같은 경우는 그 투자를 달러에 투자하는 거랑 동일하거든요."
오 대표는 비트코인 외의 알트코인들에 대해서는 개인투자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변동성을 갖고 있다고 봤다. 실제로 알트코인들은 비트코인보다 훨씬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한다. 하루에 50% 오르기도 하고 50% 떨어지기도 한다.
스테이블 코인의 장점
스테이블 코인의 장점도 강조했다. "달러에 투자를 해놨는데 달러를 투자하면은 외환이나 이런 거 관리하기가 좀 어렵기도 한데, 테더는 굉장히 쉽게 이체할 수 있고 관리할 수 있어서 그런 것들에 대한 투자를 해놓고 이자를 받는 상품도 되게 많아요."
은행에서 달러 정기예금을 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환전 수수료도 내야 한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디지털 지갑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거래할 수 있다.
결론은 단순명쾌했다. "비트코인 사는 것, 이자가 꽤 높은 상품들이 많다 보니 달러 투자하고 이자 받는 것 정도가 가장 안전한 형태의 투자일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Chapter 8: 글로벌 진출의 현실과 조언
로컬 파트너의 중요성
글로벌 사업 경험이 풍부한 오 대표는 해외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해외에서 사업을 하시려면 해외의 도메스틱한 측면에서 실력이 있는 좋은 로컬 파트너를 찾아야 됩니다. 한국 사람들이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본인들의 아이디어나 생각으로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그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이는 많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겪는 함정이다.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을 그대로 해외에 가져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각 나라마다 규제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고객의 니즈도 다르다.
자본력과 차별화의 필요성
"해외 같은 경우는 추가적으로 자본력이 좀 필요한 건 맞는 것 같아요."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 시장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자본요건이 까다롭다. "유럽이나 미국 같은 경우는 저희가 갖고 있는 자본력 수준이 그들에 비해서 높지 않기때문에, 실력적인 측면에서 월등하지 않으면 현지 시장에서 생존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현지 기업들보다 더 나은 기술력이나, 다 우수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한 해당 국가 사용자들의 필요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로컬 파트너 잘 구해야 된다가 가장 기본이고, 다음은 서비스의 본질 입니다. 해당 국가의 사용자들의 니즈가 있어야지만 비즈니스가 원활하게 운영됩니다. "
글로벌 동시 운영의 현실
실제 글로벌 사업을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글로벌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때의 단점은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시차도 문제이고요. 홍콩 싱가포르 정도는 시차가 안 나는데 유럽 같은 경우만 해도 몇 시간 이상 차이가 나다 보니까 업무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언어의 장벽도 무시할 수 없다. "언어의 장벽이 확실히 없지는 않은 것 같아요. 프로덕트를 만드는 개발자, 디자이너 등 모든 직원들이 다 영어를 다 수월하게 쓰는 건 아니다 보니까, 해외에 있는 로컬 파트너들과 서비스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조금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아요."
하지만 장점도 분명하다.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규제에 대한 동향이나 서비스 니즈를 파악하고, 저희만의 플랫폼을 만들면 굉장히 많이 도움을 받아요. 미국의 스탠다드는 이 정도구나, 홍콩은 이렇구나, 그리고 규제적으로 어떻게 다르구나 이런 것들의 파악하고 나면 공부가 많이 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한국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준을 알아야 한다.
Chapter 9: 장영실을 꿈꾸는 창업가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꿈
오 대표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을 묻자, 조선시대 과학자 장영실을 꼽았다.
조선시대 과학자 장영실은 노예 출신이었다. 신분제 사회에서 천민이 과학기술로 출세한 드문 인물이다. 세종대왕의 총애를 받아 자격루, 측우기, 앙부일구 등 획기적인 발명품들을 만들어냈다.
장영실의 어떤 면이 감동을 줬을까? "사람들을 기술로서 도왔습니다. 자신이 연구한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만들어 그 시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도, 학문적인 성과를 동시에 이뤄내셨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큰 약간 울림받았고 본받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의 목표도 명확하다. "저도 뭔가 좀 의미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이 좀 큽니다."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
디지털 자산에 대한 교육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일반인들이 디지털자산을 공부할 수 있는 채널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현재 디지털자산 시장의 교육 콘텐츠는 대부분 '어떤 코인이 오른다', 100배 수익 비법 같은 자극적인 내용들이다. 정작 디지털자산 시장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무엇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기초 교육 컨텐츠는 부족하다.
그래서 웨이브릿지는 교육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교육 세션들이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저희도 그런 것들을 좀 고민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자산 교육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그 디지털자산시장과 블록체인 기술 네트워크가 어떻게 구성되고 동작하는지 공부하는 채널을 만들어 제공하고 싶어요."
Chapter 10: 디지털 자산 시장의 미래 전망
비트코인 중심의 시장 재편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한 오 대표의 분석은 냉철했다. "지금 미국에서 ETF가 나왔기 때문에 시장 판도가 비트코인 도미너스가 60에서 70% 사이까지 올라 다시 올라가고 있었고 알트코인 장이 못 오는 것 같아요."
비트코인 도미너스란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이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다른 알트코인들이 상대적으로 약세라는 뜻이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원래 알트장이 왔어도 진작에 왔어야 되는 타이밍인데 알트가 못 오르고 다 자금들이 비트코인으로만 쏠리니까 비트에 대한 수요는 많아지는데 또 비트코인은 이자가 나오지 않거든요."
새로운 생태계의 등장
하지만 이런 상황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비트코인으로 자체적으로 이자를 만들려고 하는 생태계들이 엄청 많이 생겨나고 있고 BTC 파이라고 보통 부르는데 이제 그런 생태계도 많이 커질것 같습니다."
BTC Fi는 비트코인 금융(Bitcoin Finance)의 줄임말이다. 비트코인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비트코인으로 이자를 받는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플랫폼 생존의 조건
장기적으로 어떤 플랫폼이 살아남을지에 대한 그의 예측은 현실적이다. "모든 코인이 살아남을 수는 없거든요. 모든 국가가 살아남을 수 없는 것처럼. 결국은 고객들이나 유저들에게 밸류를 주는 체인들만 많이 살아남을 거고 초기에 세팅된 애들이 살아올 가능성이 제일 높아요."
그는 비트코인에 대한 확신을 내비쳤다. "저는 사실 좀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가장 그래도 잘될 거라고 믿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다만 솔라나, 리플 등은 제도권에 들어오고 있는 체인들은 살아남을 것 같다 생각을 하고 있어요."
Chapter 11: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과제와 한계
정책적 아쉬움
오 대표는 한국 시장의 발전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사실 한국의 디지털자산시장은 너무 뒤처진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많은 기회가 있었는데 규제를 만들거나 투자자 보호 측면만 강조하다 보니까 이런 기회들을 모두 놓친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한국은 블록체인 기술 개발 능력도 뛰어나고, 디지털금융 인프라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과도한 디지털자산 규제 때문에 혁신적인 시도들이 제약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아서 사실 한국형 스테이블 코인이나 여러 가지 규제 프레임웍에서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는 그런 발전적인 정책적인 방향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핀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
오 대표는 한국 핀테크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한국 핀테크 스타트업이 그동안 몇천 개, 몇만 개 나왔는데, 살아남은 회사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내 규제 프레임워크에서는 대기업들만 그리고 자본력이 충분히 있는 기업만 비즈니스를 할 수 있어요."
토스 같은 몇몇 성공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규제의 벽에 부딪혀 사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Chapter 12: 부산과의 특별한 인연
고향에 대한 애정과 협력 의지
부산 출신인 오 대표는 고향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부산 디지털자산 거래소와 협업해서 제도권의 기관들이 디지털자산 생태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향후 동백전이 스테이블 코인으로 발전한다면 저희가 이를 운용을 해 드리고 수익을 만들어주는 것도 생각해보았습니다."
동백전은 부산시의 지역화폐다. 만약 이것이 스테이블 코인 형태로 발행된다면, 웨이브릿지가 그 자금을 운용해서 수익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구상이다.
미래 협력의 가능성
비록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없지만, 그는 부산 블록체인 특구와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규제때문에 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보니, 부산 블록체인 특구를 통해서 같이 좀 풀어보고 싶은 비즈니스가 많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단계까지는 못 간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부산 블록체인 특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와 이런 비즈니스 협력 부분을 말씀나누고 진행해 보려 합니다."
부산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김상민 대표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필로그: 세상은 도전하는 자의 것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오종욱 대표가 들려준 좌우명, "세상은 도전하는 자의 것"은 그의 인생 여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부산 남천동 해변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던 수영선수 출신 중학생이, 서울과학고와 카이스트를 거쳐 제도권 금융의 엘리트가 되었다가, 첫 번째 창업의 실패 경험을 딛고, 마침내 글로벌 디지털 자산 플랫폼의 CEO가 되기까지. 그의 여정은 진정 "세상은 도전하는 자의 것"이라는 믿음을 몸소 실천한 과정이었다.
오종욱 대표의 핵심 인사이트 정리
개인투자자를 위한 현실적 조언
- 비트코인 DCA(분할매수)가 최선의 전략: "높은 변동성을 감당하기 어려우니 비트코인을 꾸준히 분할매수하는 것이 가장 기본"
- 알트코인 투자는 신중하게: "다른 코인들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변동성을 가지고 있다"
- 스테이블 코인 활용법: "테더나 USDC는 달러 투자와 동일하면서도 관리가 쉽고 이자받는 상품도 많다"
- 감정적 투자 금지: "개인들이 투자할 때 변동성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기적이고 기계적인 투자가 중요"
한국 vs 글로벌 시장의 근본적 차이
- 거래 채널의 차이: "한국 주식은 KRX 하나의 채널이지만, 비트코인은 전 세계 여러 거래소에서 24시간 거래되는 완전히 다른 시장"
- 투자자 구성의 차이: "해외는 코인베이스 기관거래 80%, 개인 20%인데 한국은 정반대. 이것이 시장 성숙도를 보여주는 지표"
- 서비스 생태계 차이: "해외는 기관을 위한 전문 서비스가 발달했지만 한국은 개인 위주의 거래소 중심"
2025년 시장 전망
- 비트코인 ETF 출시가 게임 체인저: "증권사 예수금으로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 통로가 생기면서 자금 유입 폭증 예상"
-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 확산: "한국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으로 새로운 결제 생태계 구축"
- 기관투자자 시대 개막: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에서 RWA, 스테이블 코인 중심으로 트렌드 이동"
실패에서 얻은 값진 교훈
- 사람과 조직의 중요성: "스타트업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 첫 창업 실패를 통해 조직 운영의 핵심을 깨달았다"
- 공동창업자와의 갈등 관리: "비전이 다를 때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 실패를 성장의 발판으로: "첫 번째 실패 경험은 두 번째 창업을 더 탄탄하게 만드는 자산이 된다."
제도권과 웹3의 균형점 찾기
- 점진적 혁신의 중요성: "너무 혁신적이지도, 너무 보수적이지도 않은 한두 스텝 정도 앞선 접근이 현실적"
- 규제 준수와 혁신의 조화: "룰을 지키지 않는 혁신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 투자자 보호 고려: "제도권에서 인정받으려면 투자자 보호 장치가 필수"
해외 진출의 핵심 성공요소
- 로컬 파트너의 중요성: "해외 사업 성공의 첫 번째 조건은 현지에서 실력 있는 파트너 확보"
- 현지 니즈 파악: "본국에서 성공한 모델을 해외시장에 그대로 이식하려 하지 말고 현지 고객의 실제 니즈를 파악해야"
- 차별화된 경쟁력 필요: "자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기술력이나 라이선스 측면에서 독보적 위치 확보 필요"
글로벌 동시 운영의 현실
- 시차와 언어 장벽 극복: "할 일이 많아지고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증가하지만 글로벌 스탠다드 학습 효과가 크다"
- 현지 인재 확보: "모든 직원이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므로 현지 전문 인력 확보가 중요"
- 규제 동향 파악: "각국의 규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한국 사업에도 도움"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 발전을 위한 정책적 과제
- 혁신과 규제의 균형: "투자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과도한 규제로 혁신 기회를 놓치고 있다"
- 스테이블 코인과 ETF 정책: "한국형 스테이블 코인과 비트코인 ETF가 시장 활성화의 핵심"
- 핀테크 생태계 지원: "대기업 위주가 아닌 스타트업도 성장할 수 있는 규제 환경 필요"
추천 도서
- 『하드 씽(Hard Thing)』 by 벤 호로위츠: "사업가의 마인드를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 직관적인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