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 테더(Tether)가 이탈리아 프로축구 명문 유벤투스(Juventus) 구단의 전 지분 인수를 목표로 본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테더는 유벤투스의 최대주주인 엑소르(Exor)에 구속력 있는 전액 현금 인수 제안서를 제출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구단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테더의 구상은 명확하다. 엑소르가 보유한 유벤투스 지분 65.4%를 우선 인수하고, 규제 승인 절차가 마무리되면 나머지 주식에 대해서도 동일한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는 방식이다. 인수 자금은 외부 차입이 아닌 자체 자본으로 전액 조달할 계획이며, 거래 완료 이후에도 구단에 대한 중장기 투자와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거래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엑소르 측은 유벤투스 매각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구단 역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유벤투스는 1920년대부터 아넬리 가문과 깊게 연결된 상징적 자산으로, 단순한 가격 제안만으로 지배구조 변화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제안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테더는 이미 유벤투스 지분 10% 이상을 확보한 주요 주주로 올라선 상태에서, 단순 재무투자를 넘어 전면 인수라는 선택지를 꺼내 들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축구 클럽이라는 전통 산업의 핵심 자산을 직접 소유·운영하려는 드문 사례다.
시장에서는 이를 ‘크립토 자본의 다음 단계’로 해석한다. 테더는 글로벌 결제와 거래 인프라에서 막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스테이블코인 기업이다. 그 자본력을 바탕으로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글로벌 IP 자산을 품으려는 시도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향후 팬 결제, 구단 수익 구조, 디지털 자산 연계 모델 등 새로운 실험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관건은 엑소르의 선택과 규제 승인 여부다. 매각 불가 방침이 유지된다면 이번 제안은 상징적 메시지에 그칠 수 있다. 반대로 협상 여지가 열릴 경우, 공개매수 가격과 투자 약속의 구체성, 유럽 축구 산업 특유의 규제 환경이 최종 성패를 가를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번 시도는 스테이블코인 기업이 전통 산업의 중심부까지 들어올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