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비트코인 시장에서 이례적인 장기 보유자 자산 이동이 포착됐다. 10년 이상 움직이지 않았던 대규모 비트코인 지갑들이 잇따라 활성화되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주목받은 사례는 올해 7월이다. 약 14년간 휴면 상태였던 한 지갑에서 8만 개의 비트코인이 이동했으며, 당시 시세 기준 약 9억 달러(약 12조원) 규모에 달했다. 해당 거래는 기관 트레이딩 데스크를 통해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갤럭시디지털은 이를 사토시 나카모토 초기 시기 투자자의 자산 이동으로 추정했다. 다만 해당 물량이 전부 공개 시장에서 매도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지난해 12월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장기 보유자들의 차익 실현 움직임이 점진적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립토퀀트의 J.A. 마르툰 애널리스트는 “2025년 비트코인 시장은 장기 보유 물량이 점진적으로 유통되는 재분배 국면에 들어섰다”며 “여러 차례에 걸친 자산 이동이 관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대규모 자산 이동에도 불구하고 시장 변동성이 제한적이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스트래티지(Strategy)를 비롯한 비트코인 보유 기업과 블랙록 등 기관 투자자들이 상당 부분의 유동성을 흡수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갤럭시디지털 CEO 마이크 노보그라츠는 “대규모 장기 보유 물량 이동이 단기 가격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온체인 분석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일부 기관 투자자들은 약 60만 BTC를 순매수하며 유통 비중을 확대했다. 이는 여러 달에 걸친 채굴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블랙록과 그레이스케일이 운용하는 비트코인 관련 상품이 전체 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
크립토퀀트 대표 기영주는 “과거에는 고래 매도가 강세장 종료 신호로 해석되곤 했지만, ETF와 기관 자금이라는 새로운 수요층이 등장하면서 시장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은 10월 초 12만6000달러 선까지 상승한 이후 조정을 거쳐 현재 8만700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장기 보유자 자산 이동이 곧바로 시장 방향성을 결정짓기보다는, 비트코인 시장 내 참여 주체가 점진적으로 다변화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