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디지털위안을 단순 결제 수단에서 이자를 지급하는 ‘예금형 통화’로 전환한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금융 시스템의 핵심 통화 인프라로 끌어올리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중국 인민은행(PBOC)은 29일(현지시각) 상업은행이 디지털위안(e-CNY) 보유 잔액에 이자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운영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제도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루레이 인민은행 부총재는 관영 매체 기고를 통해 디지털위안이 기존의 디지털 현금 개념에서 벗어나 ‘디지털 예금 통화’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위안은 중앙은행의 기술적 지원과 감독 아래 발행·유통되며, 상업은행의 부채 성격을 갖는 계좌 기반 통화로 운영된다. 분산원장기술과의 호환성, 가치 저장 기능, 국경 간 결제 기능도 함께 수행한다.
새 프레임워크의 핵심은 이자 지급이다. 상업은행은 기존 예금 금리 자율 규약에 따라 인증된 디지털위안 지갑 잔액에 이자를 붙일 수 있다. 디지털위안 잔액은 예금보험 제도 적용 대상에 포함돼 기존 은행 예금과 동일한 보호를 받는다. 인민은행은 이를 통해 상업은행이 디지털위안 잔액을 자산·부채 관리에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은행 결제기관이 보유한 디지털위안 준비금에는 기존 고객 준비금과 동일하게 100% 적립 비율이 적용된다.
중국은 2014년 디지털위안 연구를 시작해 2022년 공식 출시했지만,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등 민간 결제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확산 속도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제도 개편은 디지털위안을 단순 결제 보조 수단이 아니라 ‘보유하면 이자가 붙는 통화’로 재정의해 사용 유인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실제 이용 지표는 빠르게 늘고 있다. 루 부총재에 따르면 2025년 11월 말 기준 디지털위안 거래 건수는 34억8000만 건, 누적 거래액은 16조7000억 위안에 달한다. 인민은행은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국경 간 결제 시범 사업을 확대하며 디지털위안의 국제 활용도 역시 높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CBDC가 현금 대체를 넘어 예금과 경쟁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 통화에 이자와 예금 보호를 결합한 중국의 실험이 글로벌 통화 질서와 각국 CBDC 설계에 어떤 파급을 미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