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플(Ripple)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간 약 5년간 이어진 법적 공방이 2025년 8월 초 항소 취하 합의로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들어서며 암호화폐 업계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
양측은 제2순회 항소법원에 항소를 취하하는 공동 합의서를 제출했으며, 이에 따라 핵심 쟁점이었던 XRP의 증권성 논란은 추가 법적 다툼 없이 정리 수순을 밟게 됐다. 최종 합의에 따라 리플은 기존에 부과됐던 1억2,500만 달러의 민사 벌금 가운데 5,000만 달러만 납부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이는 2024년 8월 법원이 부과한 벌금에서 크게 감액된 수준이다.
앞서 뉴욕 남부지방법원의 아날리사 토레스 판사는 2023년 7월 판결에서 “리플의 XRP 소매 판매는 증권 제공 및 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다만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직접 판매에 대해서는 증권법 위반을 인정했다.
이번 합의로 리플은 장기간 이어졌던 법적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벌금 감액과 함께 일부 동결 자금의 활용 여지가 생기면서, 리플이 글로벌 사업 확장과 인프라 투자에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는 “이제 가장 중요한 일, 즉 가치 있는 인터넷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본업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리플은 2024년 12월 자체 스테이블코인 RLUSD를 출시했으며, 이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규제 환경이 비교적 명확해지면서 결제, 송금, 기관 금융 영역에서의 활용 가능성도 다시 부각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이번 소송 종결이 향후 XRP 관련 금융상품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규제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접근 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송 관련 불확실성 해소 소식이 전해진 직후 XRP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며 투자 심리 개선을 반영했다.
전문가들은 리플-SEC 소송의 마무리가 향후 미국 내 암호화폐 규제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SEC 위원 헤스터 피어스는 “이제 법정 공방보다 명확한 암호화폐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명확한 법적 기준 정립이 블록체인 기술 혁신과 글로벌 암호화폐 채택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