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가 금을 일상 결제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새로운 단위 ‘스쿠도(Scudo)’를 도입했다. 스쿠도는 금 기반 토큰 테더 골드(XAUT) 1/1000트로이온스를 의미하는 소수 단위로, 금 결제의 사용성과 가격 책정의 직관성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고가 자산이라는 금의 구조적 한계를 단위 설계로 풀어내겠다는 시도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테더는 최근 국제 금 가격 상승과 함께 실물 금 및 금 연동 자산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배경으로 내세웠다. 회사는 2025년 말 기준 테더 골드 시가총액이 수개월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히며, 금 보유에 대한 니즈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더욱 광범위하게 구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토큰화된 금’을 보유하는 단계를 넘어, 결제와 정산이 가능한 실사용 자산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일상 결제 수단으로 쓰이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았다. 온스 단위로 표시되는 가격은 일반 소비자에게 직관적이지 않았고, 소액 결제를 위해 복잡한 소수점 계산이 필요했다. 실물 금의 경우 보관과 이동 비용도 문제였다. 테더는 이러한 장벽을 ‘스쿠도’라는 새로운 계량 단위로 낮추겠다는 판단이다. 스쿠도는 1트로이온스의 1000분의 1, 약 0.0311그램에 해당하는 매우 작은 금 단위로, 커피 한 잔이나 구독 서비스 같은 소액 결제에도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이 접근은 비트코인이 사토시 단위를 통해 결제 단위를 세분화한 방식과 닮아 있다. 비트코인이 ‘1 BTC’라는 높은 단가를 잘게 쪼개 실사용 가능성을 넓혔듯, 테더는 금 역시 미세 단위로 분할해 일상 경제에 녹여내겠다는 전략이다. 스쿠도를 활용하면 소비자는 상품 가격을 금 기준으로 보다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고, 가맹점과 기업 입장에서도 거래 기록과 회계 처리가 간결해진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디지털 금의 결제 실험’으로 평가하고 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 인프라를 장악한 상황에서, 금이라는 전통적 가치 저장 수단을 블록체인 결제 네트워크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플레이션, 통화 가치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환경에서 금 기반 결제 수단에 대한 잠재 수요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테더는 스쿠도를 통해 이러한 수요를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실제 상점과 온라인 서비스에서 금 단위 결제가 얼마나 빠르게 채택될지, 가격 변동성이 소비자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규제 당국이 금 기반 결제 토큰을 어떻게 바라볼지 등이 변수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쿠도 도입은 금을 ‘보관용 자산’에서 ‘거래 가능한 화폐 단위’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결국 이번 실험의 성패는 스쿠도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일상 결제 흐름에 스며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테더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글로벌 결제 인프라의 한 축을 차지한 것처럼, 스쿠도가 디지털 금 경제의 표준 단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