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BlackRock이 내놓은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BUIDL이 누적 배당금 1억달러를 돌파하며 실물자산 토큰화(RWA)가 실험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입증했다.
30일(현지시각) 토큰화 플랫폼 Securitize에 따르면, 블랙록의 BUIDL 펀드는 2024년 3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약 1억달러(약 1430억원)의 배당금을 온체인으로 지급했다. 시큐리타이즈는 BUIDL의 발행 및 이전 대행을 맡아 펀드의 토큰 발행과 투자자 유치를 담당하고 있다.
BUIDL은 미국 국채(T-bill), 환매조건부채권(Repo), 현금성 자산 등 달러 표시 단기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구조다. 투자자들은 BUIDL 토큰을 매수해 보유하는 것만으로 해당 자산에서 발생한 이자 수익을 블록체인 상에서 직접 배당받는다. 전통 MMF의 수익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결제와 정산은 온체인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처음 출시된 BUIDL은 이후 솔라나, 앱토스, 아발란체, 옵티미즘 등 총 6개 주요 블록체인으로 확장됐다. 블록체인 네이티브 환경에서도 전통 금융 상품과 동일한 안정성과 유동성을 구현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1억달러 배당은 단기 이벤트가 아닌, 실제 미국 국채 수익률을 기반으로 한 장기 누적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토큰화 증권이 개념 검증(PoC)을 넘어 실제 운용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이정표로 해석된다.
BUIDL의 성장세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현재 총 운용자산(AUM)은 이미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넘어섰다. 토큰화 머니마켓펀드는 온체인 RWA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BUIDL 사례가 토큰화 실물자산이 이론이나 마케팅이 아니라, 실제 금융 인프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평가한다. 전통 MMF와 유사한 수익률에 더해, 블록체인 기반의 빠른 결제와 투명한 소유권 관리, 자동화된 프로그래머블 배당 구조가 기관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토큰화 MMF가 향후 스테이블코인의 보완재 또는 대체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JP Morgan의 테레사 호 전략가는 지난 7월 토큰화 머니마켓펀드가 현금 자산의 전통적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규제 환경 변화 속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일부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경고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토큰화 MMF가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담보로 광범위하게 활용될 경우, 운영 리스크와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이 맞물리는 만큼, 기술과 규제의 균형이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는 의미다.
BUIDL의 성과는 분명하다. 토큰화 실물자산은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작동 중인 금융 시스템으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기고 있다.





